“동료 소방관 구하러 들어갔지만...검은 연기에 손전등 빛도 1m뿐”
“연기로 가득 찬 창고 안은 시야가 1~2m 정도에 불과했어요. 열기 때문에 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지난 6일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을 수색했던 평택 송탄소방서 구조대 2팀 박재양 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박 팀장은 7일 본지와 만나 “1분이라도 빨리 동료들을 꺼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끝내 같이 근무했던 식구를 잃어서 다들 입을 못 떼고 있다”고 했다. 송탄소방서 구조대 3팀장이었던 이형석(51) 소방경과 팀원이었던 박수동(32) 소방장, 조우찬(26) 소방교 등 3명은 6일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숨졌다.
사고 당일 오전 현장에 도착한 2팀 대원들은 “내부 폭발로 대원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9시 30분쯤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박 팀장은 “당시 창고 안은 겉으로 보이는 불길만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뿐 연기로 가득 차 손전등이 만들어주는 직경 50㎝가량의 동그라미가 시야의 전부였다”며 “산소통은 보통 50분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불로 달궈진 내부의 심한 열기 때문에 30~40분 만에 산소 부족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렸다”고 했다. 그는 “시야가 좁고 열기가 뜨거워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구조대 2팀은 순직한 소방관 3명 중 1명을 발견했다.
사고 당시 건물 내부에 작업자가 더 있다는 공사 관계자의 말이 있어 구조팀이 수색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7일 “당시 공사 현장 관계자가 ‘건물 내부에 인부 3명이 남아있다’고 해 구조대가 추가 인명 수색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주차장 관물대에는 숨진 소방관들의 장비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소방관들이 사고 당시 착용했던 장비는 많이 훼손돼 소방서에서 다른 곳으로 치웠다. 다만 숨진 대원 중 한 명이 사고 당시 사용했던 산소통 하나만 새까맣게 그을린 채 관물대 옆 장비실에 보관돼 있었다.
순직한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다 탈출한 구조대 3팀의 다른 대원 2명은 이날 오후 2시 40분쯤 동료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들이 빈소에 들어간 뒤 흐느끼는 소리가 빈소 밖까지 들렸다. 두 사람은 빈소를 나선 뒤 장례식장 밖 한쪽에 주저앉아 20분 가까이 흐느껴 울었다.
이번 화재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순직한 것에 대해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작년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 소방관 순직 사고 후 6개월 만에 매우 흡사한 사고가 났다”며 “소방관의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내부에 사람이 있었나.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우리는 동료를 잃었다”며 “지휘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화재 진압 매뉴얼을 현장 상황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노조에는 소방공무원 2000여 명이 가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재 사고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무리한 진입’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제진주 전 중앙소방학교 교장은 “폭발이나 붕괴 위험이 없는 화재 현장은 없고, 100% 안전한 상황에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장 경험이 많은 소방관이더라도 불이 다 꺼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대원들은 화재를 진압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운 만큼 대원들의 현장 활동에 있어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할 방법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권상은·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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