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대신 호주 법정 서는 조코비치.. 악취나는 호텔방에 '감금'

양지혜 기자 2022. 1.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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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코트(court)를 밟으려고 왔는데 호주 법정(court)에 서게 됐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의 처지다.

작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에 패한 노바크 조코비치가 관람객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새벽 멜버른 국제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비자가 취소된 조코비치는 불법 체류자 취급을 받으며 지낸다. 그는 밤샘 조사를 마치고 ‘멜버른 파크 호텔’로 이동했는데,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대체 구금시설로 쓰이는 곳이다. 숙식은 제공되지만, 외출은 일절 불가능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호텔은 최근까지 쥐와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침대, 오물과 악취로 악명 높았다. 구더기가 있거나 곰팡이가 핀 음식이 제공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작년 말부턴 코로나까지 창궐했다.

조코비치는 호주 정부의 비자 취소에 관한 항소 재판이 열리는 10일까지 이 호텔 방안에 꼼짝 없이 있어야 한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벌레를 발견한 그는 “격리용 아파트를 구할 테니 숙소를 옮기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호주 정부가 거절했다. 캐런 앤드루스 내무부 장관은 “조코비치는 언제든지 세르비아로 떠날 수 있다. 다만 호주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항의하는 조코비치 부친 - 노바크 조코비치의 아버지 스르잔 조코비치(맨 오른쪽)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던 중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르비아에 있는 조코비치 부모는 “내 아들을 함부로 죄인 취급하지 말라”면서 매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부모는 “호텔이 너무 더러워서 아들이 잠을 도저히 잘 수 없다고 한다. 휴대폰은 돌려받았는데, 지갑과 짐 가방은 여전히 빼앗겨 갈아입을 옷도 없다”고 항의했다. 호주에 사는 세르비아 교민들은 조코비치의 호텔 앞으로 몰려가 “우리의 챔피언을 당장 풀어달라”고 집회를 열었다. 조코비치는 호텔 창가에서 이들을 향해 ‘하트’ 손 모양을 해줬다.

조코비치가 호주 연방정부(자유당)와 주정부(노동당)의 정치 싸움에 희생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테니스 관계자들은 “호주 오픈에 나가고 싶었으면 방침에 따라 백신을 맞았으면 될 일”이라는 반응이다. 가령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테니스 샌드그런(미국)과 피에르위그 에르베르(프랑스) 등은 호주에 안 왔다. 라파엘 나달은 “조코비치가 백신 접종을 해야 호주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을 몇 달 전부터 알면서도 그런 결정을 했다. 결정은 개인의 자유지만, 결과엔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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