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도 구급대원..'제발 살아 돌아오길' 기도했건만"
[경향신문]
조문객들, 고인 애도·유족 위로
탈출 동료 2명 방문 ‘망연자실’
정부·정치 인사 발길도 이어져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7일에도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이형석 소방경(50), 박수동 소방장(31), 조우찬 소방교(25)의 빈소가 마련된 평택 제일장례식장에서는 유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근조 화환이 가득 놓인 장례식장 복도를 지나 고인의 영정 앞에 선 조문객들은 애도를 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치권 인사와 기관장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방정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이 방문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이흥교 소방청장,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조문했다.
유영민 실장은 유가족들에게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마지막까지 맞서다 순직한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영국 대표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해철 장관은 유가족들에게 옥조근조훈장을 전달했다.
이재명 후보는 무거운 표정으로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아무 말 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공무원들의 희생,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전날 조문을 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며 “유가족들에게 무엇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도 계속됐다. 아들이 119구급대원이라는 김모씨(67·여)는 “소방관들의 순직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아 조문을 왔다”며 “어제 소방관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비통한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순직한 소방관들과 함께 불이 난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탈출한 A씨와 B씨 등 소방관 2명도 빈소를 찾았다. A씨는 장례식장 입구에서부터 눈물을 흘렸다. B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A씨를 다독이며 빈소로 향했다.
앞서 경기도는 순직 소방관 3명을 7일자로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조훈장을 추서했다. 이들의 합동영결식은 8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날 소방노조는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또 동료를 잃었다”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저녁 이흥교 소방청장 주재로 평택 공사장 화재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물류창고 공사장 등 대형 화재가 우려되는 시설에 대해 소방관계 법령뿐 아니라 건축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규정까지 정비하는 종합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최인진·김태희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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