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의 3가지 덕목이란[KS 우승 비법②]

박선양 2022. 1.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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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2006년 올스타전에 참석한 당시 8개구단 감독들 /OSEN db(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물론 유진은 필명이다.[편집자주]

*상편에서는 작가가 미국 현지에서 감독 후보를 직접 인터뷰하며 전략적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풀어냈다. 감독 선임의 첫 번째 덕목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이번 하편에서는 2번째와 마지막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장 뽑기(하편)

  – 원팀(One Team)을 만들 수 있는 리더십

전략적인 마인드가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따르지 않으면 팀웤이 무너진다. 특히 요즘 세대의 선수들은 옛날과 같은 수직적인 관계와 소통구조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감독이 가부장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수평적인 리더십이란 관점에 대해서 미국 감독 후보들에 비해 국내 후보들이 낯설어 했다. 국내 감독 후보들이 과거 1세대나 2세대 프로야구 감독들에 비해서, 선수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부장적 리더십을 가진 선배 감독들로부터 야구를 배워왔기 때문에, 여전히 이들에게는 그 잔재가 강하게 남아있다. 국내 감독 후보중의 한명인 오경필 코치와의 인터뷰중 한 장면이다.

“감독은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 중심의 강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경기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기 때문에, 감독이 흔들림없이 선수단의 운영이나 훈련 방향을 이끌고 나가야 해요. 그리고 코치와 선수들은 이것을 따라주어야 하고요.”

KBO 리그와 같이 감독중심의 선수단 문화가 보편적인 환경에서는, 오경필 코치의 이야기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게 되면, 감독의 개인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선수단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가 작동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독이 팀을 떠나는 순간, 선수단이 무너지게 된다. 

나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주연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선수와 코치들이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감독을 원했다.

감독의 수평적 리더십 역량은 비단 선수단 내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감독은 프런트와도 수시로 소통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야구 경기를 통해서, 구단의 추구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완고하게 주장하면서, 프런트를 소통의 대상이 아닌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럴 경우 감독과 프런트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서, 파국을 맞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구단이 야구단 운영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목표를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의 야구관과 연결시킬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자료사진>지난 시즌까지 KIA 타이거즈 감독을 지낸 윌리엄스 /OSEB db(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습니다)

 –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소통 역량

마지막으로 나는 미국인으로서 문화가 다른 한국 프로야구단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지가 궁금했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 선수들과 문화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데,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앤더슨은 ‘존중’과 ‘신뢰’라는 키워드를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우선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 선수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동양 음식을 좋아하고, 동양의 관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그러면서 본인이 일본의 프로야구팀에서 감독으로 활동했던 시절에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해주었다. 

“일본 야구선수들은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특히 경기전에 너무 많은 훈련을 해서, 정작 경기중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자주 봤죠. 그래서 가장 훈련을 많이 하는 유격수와 ‘훈련의 양과 질’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어요.”  

일본 야구선수들이 경기에 최대한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훈련의 양과 질을 바꾸는 데 1년가까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앤더슨은 그만큼 인내력을 가지고 선수들과 대화를 해나간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의 스포츠단과 같이, 감독의 권한이 강한 환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외국인 감독을 뽑을 때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좋다. 선수와 프런트를 이해할 수 있어야,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는다. 그러려면 왜 선수들이나 프런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인 차이가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해주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 신뢰를 쌓아가야만 팀웤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날 무려 3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직 예민한 주제인 연봉수준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정원에 있는 바비큐 장소로 갔다. 앤더슨과 내가 생각하는 연봉수준의 차이가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때마침 빨간 저녁 노을속에서 하얀 양떼구름이 흘러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앤더슨은 부인과 함께 우리를 위해서 다양한 고기들을 구워주었다. 아름다운 저녁 풍경과 함께 와인을 곁들인 바비큐 파티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날 연봉 수준에 대한 합의는 이룰 수가 없었다. 예상대로 그의 기대하는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연봉 수준에 대해서는 이후 추가적인 협의를 거쳐서야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과 미국 감독 후보들간의 명확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 KBO리그와 K구단을 잘 알고 있는 한국 후보들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 측면에서는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작동되는 팀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은 미국 감독 후보들의 강점이었다.

결국 국내와 미국 감독 후보들중에서, 누가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으면서도 팀 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감독인 지 고민에 빠져들게 했던 미팅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11일)과 금요일(14일)에는 FA 전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글. 유진  /사진. OSEN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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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우승 비법①]-팀을 제대로 이끌 감독 선임이 최우선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09&aid=000453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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