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사서 엘베 설치했더니 30억 올랐다..강남 사모님 재테크 비결

박준형 2022. 1. 7.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ALTH] 소형건물 투자 전성시대
낡은 건물 매입해 리모델링
매각가치 높이는 사례 많아
공동투자일 경우 대출 유리
눈여겨볼 만한 지역은 강남
환금성 높고 가격방어 잘돼
상권 좋은 '마용성'도 주목
금리 상승땐 임대수입보다
매각통한 차익실현 바람직
# 서울 강남에 사는 50대 초반 여성 A씨는 그동안 아파트 매매를 통해 번 돈과 대출금 등을 더해 2019년 10월 서울 교대역 근처 '꼬마빌딩'을 53억원에 매입했다. 4층짜리인 이 건물은 상당히 낡아 2~3층이 공실인 상태였다. A씨는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총 2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공사 이후 공실은 오피스 사무실과 상가 등으로 채워졌고, 월 700만원 정도 받던 임대료는 월 15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현재 주변 시세로 따지면 건물 가격은 80억원 이상 호가하고 있다.

# 수도권에서 의대를 나온 40대 남성 B·C·D씨는 2019년 공동으로 의료컨설팅 법인을 세웠다. 이 법인을 통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자금 40억원과 대출 100억원을 더해 서울 서초동 역세권에 140억원짜리 지상 5층 건물을 매입했다. 이들은 매입한 건물을 크게 리모델링하지는 않고 3명이 각각 이 건물에 임차인으로 들어가 임차료를 지불해 법인의 은행 대출 이자를 냈다. 현재 이 건물 시세는 200억원 정도 되고, 이들 의사 3명은 당분간 이 건물에 임차인 겸 건물주로 있을 예정이다.

# 서울에 거주하는 대기업 임원인 50대 남성 E씨는 10년 이상 은행 예금을 통해 10억원가량 종잣돈을 모았다. 2018년에는 이 돈을 가지고 마포, 성수동 등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진 돈을 가지고 살 만한 매물이 만만치 않았다. 빌딩 전문 중개업소 3곳에 자문한 끝에 겨우 강서구 공항대로변 4층짜리 꼬마빌딩을 15억원(대출 포함)에 매수했다. 토지 34평, 연면적 90평 정도로 작은 빌딩이지만 대로변 코너에 자리 잡아 위치는 좋은 곳이었다. E씨는 이 건물을 통해 월 임대료 600만원을 받고 있고 현 시세는 21억~22억원 정도다. 6억~7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발생했지만 낡은 건물이라 관리가 힘들고,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비해 큰 수익이 나지 않아 매각을 고민 중이다.

최근 수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대체 투자 상품으로 '꼬마빌딩'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략 100억원 이하, 연면적(건축물 각 층의 바닥 면적 합계) 1000㎡ 이하의 4~5층짜리 건물을 일컫는 꼬마빌딩은 최근 1채에 수십억 원 하는 서울 아파트 2~3채를 팔면 살 수 있는 건물이 돼 '나도 건물주가 돼 볼까'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자 관심이 몰리자 꼬마빌딩 가격과 거래량도 최근 급증했다. 토지·건물 전문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2271건이었던 연면적 1000㎡ 이하 빌딩 거래가 2021년에는 3336건으로 4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꼬마빌딩 평(3.3㎡)단가는 5285만원에서 6993만원으로 32.3% 올랐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지만 꼬마빌딩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라 아직은 많은 자본이 필요한 상품이라는 뜻이다.

빌딩 투자 수익은 대략 매입한 뒤 가격이 오르는 것을 노리는 시세 차익과 임차인들로부터 받는 임대 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임대수익률(연간 임대료/투자 금액)이 변변치 못해 시세 차익의 의미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의 연 임대수익률(소득수익률)은 각각 2.94%, 2.08%였다. 그나마 임대료가 높은 오피스는 연 4.1% 정도다. 꼬마빌딩에 오피스, 상가 등이 혼합돼 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의 임대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꼬마빌딩 가격 자체가 많이 올랐고, 양도세 등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을 크게 노리기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사례에 나온 A씨와 같이 낡은 빌딩을 비교적 싸게 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가치를 높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모델링 없이 그냥 빌딩을 운영하고 있는 E씨의 경우 매각 차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는 특히 강남 지역 중심의 빌딩 투자에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서울 지역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만큼 환금성이 높고, 가격 하락 시에도 방어가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강남 매수가 어려우면 최근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며 인기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 꼬마빌딩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은 빌딩 투자에 특화된 중개인을 만나 상담할 것을 권한다. 이들이 A급 매물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초기 입지 선정은 물론 빌딩 매입 후 임차인과 건물 등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중개인들과 계속 상의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창동 팀장은 "중개인과 상담 시 매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자신의 자산 현황을 세세하게 공개해야 맞춤 매물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50억원짜리 꼬마빌딩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현금 10억원 정도 있고, 대출은 60%까지 가능하고, 임대수익은 3% 이상, 3년 뒤 매각 목적을 가지고 있다"처럼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기존 빌딩 소유자라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올해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투자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연예인들의 꼬마빌딩 매각 사례가 늘어난 게 매각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한다. 손지창·오연수 부부의 경우 2006년 41억원에 매입했던 청담동 소재 빌딩을 15년 만인 지난해 2월 152억원에 매각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사례에서 나온 B·C·D씨와 같이 공동 투자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법인을 만들면 개인투자일 때보다 은행권에서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기가 더 수월하다.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는 '리츠' 상품들도 일반 투자자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박준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