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터키전훈 '예비 옥석 가린다'
[스포츠경향]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선수 기용에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그가 자신의 축구 철학에 어울리는 선수만 고집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앞면이다. 지난해 K리그1 득점왕 주민규(32·제주)와 MVP 홍정호(34·전북)가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새 얼굴을 실험하는 것에 대해선 의외로 열려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다른 얼굴도 뚜렷하다. 역대 최장수 사령탑인 그가 2018년 9월 부임한 이래 한 번이라도 출전 기회를 안긴 선수가 61명에 달하는 것이 그 증거다. 이미 은퇴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을 떠난 일부를 제외하면 ‘예비 엔트리’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소중한 전력들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바라보고 있는 벤투 감독은 새해 첫 소집에서도 예비엔트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벤투 감독이 9일 인천공항을 통해 터키 안탈리아로 떠나 25일간 전지훈련에 데려가는 선수 26명의 면면에서 쉽게 확인된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고승범(28·김천상무)과 김대원(25·강원), 김진규(25·부산), 엄지성(20·광주), 최지묵(24·성남) 등 5명.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유럽파를 차출할 수 없는 제약을 거꾸로 자신이 점찍어둔 선수들을 직접 점검하는 기회로 바꿔놓은 셈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평소 부르는 선수를 합쳐 50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며 “예비엔트리에서 실제로 가용할 선수를 가리는 기회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벤투 감독은 터키 현지에서 두 차례 평가전까지 준비했다. FIFA 랭킹 62위인 아이슬란드와 15일 현지에서 첫 대결을 벌인 뒤 21일 181위 몰도바와 맞붙는다. 두 나라 모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스파링 파트너로는 충분한 전력이다. 어느 정도 주전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분명하지만 새 얼굴이 평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벤투 감독은 “새롭게 뽑힌 선수들이 우리 대표팀의 전술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관찰할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벤투 감독의 눈에서 잠시 멀어졌던 선수들도 기회를 얻은 것은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던 권창훈(28·김천상무)과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백승호(25·전북)는 각각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정우영(30·알 사드)과 황인범(26·루빈 카잔) 등이 소집되지 않은 이번에 다시 눈도장을 받아야 월드컵 본선의 문이 열린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깜짝 승선한 수비수 황석호(33·사간 도스)나 2018 러시아월드컵의 골키퍼 조현우(31·울산), 수비수 윤영선(34·수원FC) 등이 비슷한 과정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
한편 대표팀은 터키 전훈을 마친 뒤 레바논 베이루트로 이동해 27일 레바논을 상대로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이후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이동해 2월 1일 시리아와 8차전에 나선다. 4승2무(승점 14)로 이란(5승1무·승점 16)에 이어 A조 2위에 올라있는 한국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할 경우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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