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닌 이 마을, 올해 뜰 '범플'이었네

신익수 2022. 1.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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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범플 명당

◆ 신익수 기자의 언택트 총알여행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호랑이해. 연초 나들이 잴 것 없다. 무조건 '범플(호랑이 핫플레이스)'이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전국이 '범플'판이다. 마을은 284개, 산은 47개다. 바위나 섬 이름에 '범'이 들어가는 곳도 10곳. 이쯤 되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노래를 듣는 것) 하며 '1일 3범(하루에 호랑이 핫플레이스 3곳 찍기)'쯤 해야 '범'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터. 그러니 서두르시라. 범의 해, '범 플렉스'하려면.
◆ 스리콤보 '범플' 부산 범마을
살벌해서 더 끌리는 '범마을'. 심지어 지하철로 반나절 스리콤보 '범플'이 가능한 포인트다. 넘버원은 범천(凡川)으로 불리는 범내골역. 부산 출신인 본 기자가 한때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땡땡이치고, 단과학원으로 달려갔던 곳이다. 범내는 인근 수정산(316m)에서 발원해 동천으로 흘러든다. 험준한 산세를 타고 다닥다닥 집들이 도열한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 범내가 범 포인트. 호랑이가 빈출해 멱감기를 즐겼다는 설화가 있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 라인을 진두지휘하는 부산교통공사가 이를 놓칠 리 없다. 호랑이 테마역으로 스토리를 입힌다. 지금도 승강장 주변과 역사 곳곳에서 '호랑아 나오너라~' 콘셉트의 포스터와 비석이 포착된다.

다음은 콤보 범플. 이게 강렬하다. 이름도 호랑이를 입힌 호천마을. 범내골역 지척인 범일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여기서부터가 재밌다. 이름하여 '호랭이 이바구길'. 범 스토리를 심은 '범플 로드'인 셈이다. 인증샷 키 포인트는 모두 15곳. 마음 급한 분들을 위해 핵심 포인트만 짚어드리면, 첫 관문은 영화 '친구'에 등장했던 '친구의 다리(범일동 구름다리)'다. 노포 맛집인 구름다리 빵집에 용하다고 소문난 책방보살까지 '응팔'스러운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잠시마나 추억에 젖어보실 것. 두 번째가 동시 상영 극장인 보림극장 터. 그 시절 그 모습은 없어도 '영구'(심형래 주연) 시리즈를 본다며 부모님을 속이고 동시 상영 19금 영화를 봤던 그때의 쫄깃함은 느껴진다. 이어지는 길이 누나의 길과 이중섭길 갈래. 우측 언덕으로 오르면 바로 투콤보 범플 호천마을이다.

야경 최고 맛집인 부산 호천마을.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부산 대표 야경 맛집인 호천마을. 해설사는 분위기를 살피며 살벌한 야사 한 토막을 전한다. "호천마을이 있는 범천동 일대는 산세가 험하고 숲이 울창해 예부터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지요. 그리하여 범내, 호천(虎川)으로 불렀고, 범내골(골짜기)은 호계(虎溪)라고 했지요. 이 마을의 이름은 그러니까 '범 내려온' 시냇가를 말합니다."

호천마을이 뜬 건 드라마 덕이다. 단초가 된 건 2017년 드라마 '쌈, 마이웨이'. 고동만(박서준), 최애라(김지원) 등 주인공들이 '남일빌라' 옥상에 만든 '남일바'에서 '떡맥(떡볶이와 맥주)'을 먹는 장면의 촬영지가 여기다. 자신 있으신 분들은 알록달록 벽화거리를 휘 돌아본 뒤 180계단에 도전해 보실 것.

부산 범플 투어의 방점을 찍는 스리콤보 포인트는 북구 화명동 상학산 아래다. 지금은 한국전력공사 북부산 변전소가 있는 그곳이 놀랍게도 호투장(虎鬪場). 주변에 대나무까지 살벌하게 뻗어 있어 대호투라고도 한다. 스토리야 뻔하다. 주산을 지키는 영물 호랑이와 도전자 잡호랑이들이 붙었던 장소라던 것. 믿거나 말거나지만 뭐 어떤가. 핫한 범플이라는데.

◆ 범 내려오는 소원 명당 범플
소원 명당 범플도 플렉스해야 한다. 범플 소원 명당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 충청북도 영동군 반야사. 호랑이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호랑이 절집'으로 유명세를 탄 사찰이다. 이 범플이 인상적인 건 순전히 형세 덕. 산이나 나무의 형세가 아닌 희한하게 산에서 흘러내린 너덜이 쌓인 모습이 영락없는 호랑이 모양새다. 뒤집어 애교를 부리는 듯 기(氣)가 모이는 꼬리를 바짝 치켜세워 용맹을 뿜어내고 있다.

재밌는 건 스님들은 이 호랑이 너덜을 사자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유가 있다. 반야사는 대승불교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곳이다. 문수신앙에선 보살이 사자를 타고 출현한다. 신앙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사자일 수밖에 없었을 터.

반야사가 들어선 곳이 석천계곡이다. 감히 예언한다. 이곳, 올여름에 난리나리라고. 호랑이해 흑호(黑虎)의 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데다 지혜의 보살이 있는 소원 명당 반야사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절집까지 이어진 길도 멍 때리기엔 딱이다. 천길단애 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문수전, 늦여름에 꽃을 틔운다는 500년 묵은 경내 배롱나무도 빼놓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다. 절집 인근에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도 놓치지 마실 것.

범플 소원 명당 쌍포는 경상북도 상주시 외남면에도 있다. 정체는 놀랍게도 감나무. '이게 무슨 범플이냐'고 쌍심지를 켜실 독자분들은 잠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곶감'의 그 곶감이 이 곶감이라는 거다. 타이틀도 있다. 최고령. 산림계 CSI로 불리는 국립산림과학원이 2010년 목재절편 시료분석으로 수령을 감상한 결과 750살로 추정된다.

더 신기한 건 이 할아버지 감나무 아직도 파워풀하다는 것. 공식 최고령으로 통하는 경남 의령군 450살 백곡리 감나무(천연기념물 제492호)와 700살 남사리 감나무가 그저 풍경용인 데 반해 상주 곶감나무는 연간 감을 5000개 만들어내고 있다. 개당 1만원, 전국 최고가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곶감 특구 상주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하늘 아래 제일 비싼 감나무' 타이틀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상주시, 이 영물을 기념해 곶감공원을 조성해두고 있다. 곶감 의자에 곶감 조형물까지 다양한 인증샷 포인트가 있지만 역시 으뜸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타일 벽이다. 말도 안 된다고? 뭐 어떤가. 호랑이해만큼은 믿어봄직한, 핫한 범플이라는데.

핫한 범플 BEST 3

1.민화 범플…안성 복거마을

경기도 안성에도 '범플' 호랑이 마을이 있다. 금광면 신양복리에 둥지를 튼 복거마을이다. 옛 지명은 복호리(伏虎里). 마을 뒷산이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세라 복호리 또는 호동(虎洞)으로 불린다. 벽화가 민화인 게 인상적. 마을길 전체가 차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라는 것도 놀랍다.

2.범플 북카페…서울 개운산

개운산은 안암동·종암동·돈암동을 잇는 산. 개운산 자락의 고려대가 호랑이를 상징물로 삼았을 정도다. 성북구는 개운산 입구부터 마로니에 마당까지 1㎞ 구간을 무장애 길로 조성했다. 삼림욕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산마루 북카페'가 포인트.

3.'범플' 궁…경복궁·창덕궁

'범플 궁'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두 곳은 경복궁와 창덕궁. 호랑이 투어도 재밌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월대 1층의 정면 계단 양쪽에 호랑이상이 놓여 있다. 귀엽게 앉아 있는 호랑이를 감상하며 다른 12지 동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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