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에 뒤처졌군요, 난 제페토 인플루언서" [Digital+]

임영신 2022. 1.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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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1호 기자 '제리'가 만났다
창작자로 시작해 전문기업 세운 1995년생 슈퍼 크리에이터 '렌지'
아바타 매력에 빠진 전형적 문과생
일주일 밤샘독학으로 3D 옷 만들어
55만명 폴로어 둔 억대연봉자로 활약
아바타 특유의 개성 살리는 게 경쟁력
현실에서 못한 일들, 제페토에선 가능
10대들 '인생친구' 여기서 만나려 해
전세계 이용자가 참여하는 메타버스
번역기능 활성화 땐 무한확장할 것
네이버 메타버스 플렛폼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인기 크리에이터 `렌지`의 아바타. 사진을 부탁하자 현실의 `나` 대신 아바타 `렌지`로 대신했다. [사진 제공 = 렌지]
가상과 현실세계를 결합한 메타버스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가운데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성화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가 메타버스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회사를 차린 사례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슈퍼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1995년생 '렌지(lenge)'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4월 네이버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사용자 도구인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하자 렌지는 패션·뷰티 아이템을 디자인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든 아이템은 최소 1000종류, 누적 판매량은 100만개가 넘는다. 작년 월평균 수익은 1500만원 이상, 대기업 직장인이 부럽지 않은 '억대 연봉자'다. 렌지의 제페토 계정 폴로어는 무려 55만7000여 명에 달한다.

렌지는 '렌지드(LENGED)'라는 '메타버스 전문 기업'을 세우고 작년 12월 첫 채용 공고를 냈다. 자신의 아바타 렌지를 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와 현실을 연결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메타버스 유저(사용자)에서 크리에이터, 최고경영자(CEO)로의 변신이 드라마틱하다. 상상하지 못했던 새 직업이 메타버스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렌지와 일문일답.

―제페토에 입문한 이유는.

▷어릴 적부터 아바타 꾸미기와 같은 게임을 좋아해서 2019년 제페토에 일반 유저로 가입했다. 첫 아바타를 오렌지색 패션 아이템으로 꾸몄고, 닉네임은 '오렌지'로 하면 재미가 없어서 앞 글자 '오'를 떼어내니 '렌지'가 됐다.

―어떻게 크리에이터가 됐나.

▷2020년 4월에 제페토 스튜디오가 출시됐다. 아바타에 이런 옷을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차원(2D) 아이템을 만들었다. 반신반의하면서 모험하는 심정으로 제페토에 올렸는데 실제로 팔렸고 통장에 6만원이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2D로는 아이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문과생'이지만 일주일간 밤샘하며 독학해서 3D 옷을 만들었다. 제페토는 시간대별 판매량 등을 바탕으로 아이템 순위를 매기는데 그해 4~5월 상위권을 렌지의 신상품들이 싹쓸이했다.

―회사를 차리게 된 이유는.

▷제페토에서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뒤 '다음 스텝'을 찾게 됐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뭘 더 잘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크리에이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확장해서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터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을까라는 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렌지드는 어떤 사업을 하나.

▷크게 렌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월드 등 세 개의 사업으로 구성된다. 렌지는 제페토 인플루언서(영향력자)인 렌지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는 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월드는 로블록스처럼 게임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모셔왔다.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왜 중요한가.

▷유튜브를 보면 최근 방송사 등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개인 유튜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개인 크리에이터는 아이템이 도용되는 등 저작권 침해나 정산 오류 등 문제가 발생하면 막막하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커뮤니티라면 문제 해결이 한결 수월해진다. 제페토에선 새 아이템을 최소 2~3일 주기로 올리지 않으면 노출이 줄고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혼자서 3D 모델링부터 텍스처(질감) 작업까지 다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크리에이터들이 커뮤니티에서 3D 템플릿(제작보조 틀)을 공유하고 2·3차로 가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수십 가지의 아이템을 빨리 만들 수 있다. 하나의 템플릿을 모양과 텍스처를 조금만 바꾸면 완전히 다른 옷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제작 스킬과 노하우 등을 서로 배울 수 있다. 제페토는 디지털 기술과 트렌드 변화가 빨라서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실과 메타버스에서 '예쁜 아이템'의 기준이 다른가.

▷사람이 입어서 예쁜 옷이 아바타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바타는 사람보다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길다. 주름이 별로 없는 재킷이 대표적인데 사람에게는 예쁜 디자인을 아바타에 적용하면 몸통은 '소시지' 같고 팔은 깁스를 한 것처럼 보인다. 아바타 특유의 미세함을 살리는 게 경쟁력이다. 제페토에선 계절별 유행이 따로 있다. 보통 하나의 아이템을 완성도 있게 만들려면 하루 정도 걸린다.

제페토 인기 크리에이터 렌지가 작년 말 낸 메타버스 전문회사 `LENGED` 채용 공고. [사진 제공 = 렌지]
―작년 의미 있는 성과를 꼽자면.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가 작년 2월부터 10명이 넘었고 지금은 16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두 20대다. 이 중에서 월 수익 1000만원 이상인 크리에이터가 나왔다. 2020년 12월부터 작년 9월까지 크리에이터들의 합산 수익이 3억원에 달했다. 크리에이터들의 실적 그래프가 모두 우상향이어서 고무적이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서 제페토는 왜 인기일까.

▷현실에서 못한 것들을 제페토에선 이룰 수 있다. 제페토는 사용자의 80% 이상이 10대인데, 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페토에서 '인생 친구'를 만났다고 하더라. 희망 직업으로 '제페토 크리에이터'를 꼽기도 한다. 해외 사용자는 K팝 영향으로 국내 사용자보다 연령대가 좀 더 높은 것 같다. 공통점은 Z세대에게 메타버스라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점이다. 제페토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현실에선 몰랐던 능력과 장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현실세계에서는 어렵지만 메타버스에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제페토에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 기능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전 세계 사용자를 겨냥하고 있다. 제페토 사용자도 10명 중 8~9명은 외국인이다. 실제로 제페토에서 외국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언어의 장벽이 아쉽다. 번역 기능이 생긴다면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목표는.

▷렌지드 소속 크리에이터를 8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메타버스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렌지드에 합류하길 잘했다는 반응이 나오면 행복할 것 같다. 제페토는 북미,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인기인데, 해외 크리에이터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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