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조원 굴리는 억만장자, 그가 뽑은 위대한 투자자는 [Books]

김슬기 2022. 1. 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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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 켄 피셔 지음 / 이건·김홍식 옮김 / 페이지2북스 펴냄 / 3만5000원

■ 매경·예스24 선정 '1월의 책'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켄 피셔. [매경 DB]
투자자라면 모두 켄 피셔를 '거인'을 넘어 '외계인' 정도로 우러러본다. 전설의 투자자 필립 피셔의 아들이면서도 부친만큼 투자자로서 역량이 뛰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 게 그다. 운용자산 220조원의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이자 억만장자이면서 작가로도 많은 이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 등의 책은 투자자들의 바이블이 됐다.

1993년 첫 출간 이래 2007년까지 네 차례 개정된 고전 중의 고전인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조지 피보디, 벤저민 그레이엄, 루이스 엥겔 등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 거인 100명의 삶과 투자철학을 피셔의 시각으로 담은 책이다. 로스차일드나 JP모건처럼 제국을 일군 거인도 있지만 찰스 폰지나 제이 굴드 같은 투기꾼도 포함됐다. 워런 버핏, 존 템플턴, 필립 피셔 등이 포함되지 않은 건 죽은 거인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100명의 인생은 그 자체로 미국 자본시장의 200년사다.

첫 번째 인물은 메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다. 피셔가 '초식공룡'이라 부른 로스차일드는 유대인 게토 출신 독일 이민자였다. 열한 살에 고아가 된 그는 소규모 무역업과 전당포를 운영하며 담배, 포도주, 직물을 팔았다. 전당포는 유대인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었다. 18세기 말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 면직물을 수입하며 부호가 된 그는 1평도 안 되는 오두막에 환전소를 열었다. 최초의 로스차일드 은행으로 간주되는 이곳에서 공들여 환심을 샀던 억만장자 윌리엄 공에게 무기명 대출을 주선하기 시작했다. 로스차일드의 다섯 아들은 파리, 빈, 나폴리, 프랑크푸르트, 런던으로 떠나 부친의 발자취를 따랐다. 왕족에 연줄을 대고 전쟁과 철도에 자금을 댔다. 산업혁명 자본을 공급한 것도 이들이었다. 미국인으로 가득한 이 책에 독일인인 그가 첫머리에 있는 이유는 이 유럽의 자금이 흘러오지 않았다면 미국 상품 거래나 국채 발행도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차일드의 유전자가 미국 산업에 원초적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이 책은 평가한다.

또 하나의 초기 거인은 초라한 골목길에 불과했던 월스트리트를 철권으로 지배했던 JP 모건이다. 부친 주니어스 스펜서 모건은 철도 금융으로 부를 일군 부호였다. 외아들 JP는 월가로 떠나 유럽의 자본을 미국 대륙으로 유입시켰다. 자본을 다루는 마술사였던 JP 모건은 1인 중앙은행을 설립해 당대 최대 규모 기업 합병에 자금을 제공해 미국을 공황으로부터 구해냈다. 혼란을 경멸한 그는 파멸적인 경쟁을 없애기 위해 기업 합병을 선호했다. 전성기에 AT&T, GE, 풀먼, 웨스팅하우스 등의 수평적 통합에 앞장섰다. "신은 세계를 창조했지만, 모건은 1901년 세계를 재편했다"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그는 사회보다 컸고 법보다 거대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는 지난 시대의 마지막 공룡이자 가장 강력한 공룡이었다고 피셔는 평가한다.

찰스 다우,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한 에드워드 존스, 엥겔 등 초기 언론인들을 비롯해 투자 은행가, 알렉산더 해밀턴 등 중앙은행장, 뉴딜 개혁을 이끈 인물들도 두루 다룬다. 다채로운 인물화를 그리는 만큼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는 피셔의 조언이다.

인물 100명이 대부분 미국인인 이유에 대해 피셔는 자신만의 이론을 슬쩍 들이민다. 이민자에게 관대하고 단일 종교와 공통 문화가 없는 미국의 문화 부재(un-culture)가 다른 어떤 문화보다도 자본시장에 비옥한 토양이 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 분야의 새로운 아이디어인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 담보부 파생채권 등도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피셔는 "엄청나게 많은 충격적 사상, 제품, 혁신, 마케팅 자본시장 기술이 미국에서 나온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고 썼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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