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현대시 그 문학사적 맥락을 찾아서

이은정 2022. 1.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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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공화국·활인 상-하·마피아가 여자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한국 현대시 그 문학사적 맥락을 찾아서 = 염무웅 지음.

'한국 문학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원로 평론가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맥락에서 선별한 시인을 중심으로 해박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저자가 50여 년간 쓴 글 중 엄선하고 내용을 보태 한 권으로 묶었다.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겪은 이상화, 김동환, 김소월, 정지용, 임화, 윤동주를 비롯해 저자의 젊은 날 우상이던 김수영, 자신과 교류한 천상병, 신경림, 고은 등 한국 현대시의 역사를 꿴 시인들의 시 세계가 총체적으로 펼쳐진다.

1960년대 한국시에 대해 개관을 하면서는 서정주의 첫 시집 '화사집'부터 '귀촉도', '서정주시선', '신라초'와 '동천'까지의 변화를 짚으며 "엄정한 자기 극복과 치열한 현실대결을 회피한 끝에 시인은 오만한 전통주의자로 변신한다"고 평한다.

또 천상병의 삶과 문학을 살펴본 글 '순수, 참여 그리고 가난'에선 흥미로운 일화를 곁들여 시인의 시 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시인이 뒤늦은 결혼 이후 "급속도로 긴장을 잃고 유아적 자기만족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며 허망하게 문학의 전장에서 물러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책에는 저자가 45년 전에 쓴 '김수영론'과 지난해 김수영 탄생 100주년 학술대회의 기조 발제 원고 '김수영이 수행한 문학사의 전환'도 함께 실렸다. 앞선 글에서 그는 김수영이 한국 모더니즘의 위대한 비판자였으나 모더니즘을 청산하고 민중 사학을 수립하는 데까진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글에선 "철저한 리얼리스트이자 모더니스트이지만, 동시에 그 모두이기도 하고 또 그 모두를 넘어선 존재, 즉 가장 깊은 뜻에서 자기 자신에 도달한 시인이었다"고 의미를 되짚는다.

사무사책방. 512쪽. 2만5천 원.

▲ 빛의 공화국 =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32명의 아이가 도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당시 사회복지과 공무원이 들려주는 일인칭 시점 소설이다. 화자인 '나'는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 후, 당시의 시 회의록과 신문 칼럼 등의 기록을 토대로 기억을 정리해 그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분석한다.

밀림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교란하는 정체불명의 아이들은 마치 무인도에 고립돼 질서를 잃으면서 야만적 본성을 드러내는 '파리대왕' 속 아이들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도시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까지 점령해가면서 불길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스페인 문학계 신성으로 주목받는 작가는 이 소설로 2017년 스페인어권 권위 있는 문학상인 에랄데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처음이다.

현대문학. 264쪽. 1만4천 원.

▲ 활인 상(上)·하(下) = 박영규 지음.

역사서를 주로 집필한 작가가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속 한구석에 남아있기엔 안타까운 인물들을 다섯 번째 장편 소설에 옮겨놓았다.

작가는 조선의 의학사를 정리한 책과 세종의 국가경영법을 조명한 책을 집필하면서 '활인'(活人)이란 키워드를 찾아내 이 소설을 구상했다. 의학과 리더십은 모두 사람을 살리는 일, 즉 활인이란 것이다.

조선 태종과 세종 시절 역병을 잡는 데 앞장선 의승 탄선과 조선 전기 위대한 의사였던 노중례, 소헌왕후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의녀 소비. 이들은 역병이 기승을 부리는 위기 상황에서 백성을 구하고자 최선을 다해 싸운다.

의술만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세종은 "임금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백성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며 활인의 정치를 편다.

고유서가. 280쪽. 1만4천 원.

▲ 마피아가 여자들 = 파스칼 디에트리슈 지음. 윤진 옮김.

프랑스 남동부 마피아 집안의 세 모녀 이야기다. 마피아 대부의 아내 미셸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두 딸과 함께 킬러의 정체를 밝히고 살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분투한다. 공고해진 한 세계를 전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풍자적으로 그려진다. 사회학 박사이자 추리·범죄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의 2018년 작품이다.

문학동네. 248쪽. 1만4천 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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