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중국 사라진 유레카 파크, 대한민국이 휩쓸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2에서는 이틀차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CES는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로, 내로라하는 전 세계 IT 기업들이 한데 모여 한해 로드맵과 기술 경쟁력을 뽐낸다. 올해 CES는 스타트업 800여 곳을 비롯해 2천300여 개 이상의 참관사가 참여해 차량기술,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 스마트 홈은 물론, 새롭게 추가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푸드테크, 스페이스 테크 영역에서의 최신 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높아진 한국 위상, 스타트업 참가도 열올려
올해 CES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지는 해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가 조사한 참가기업 수 조사에 따르면 CES2022에 참여하는 2천300개 기업 중 당사국인 미국 기업이 1천300여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 많이 참가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올해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전체 참가국 중 2위를 기록했고, 250여 개 기업이 참가한 프랑스가 3위를 기록했다. 과거 1천200여 개 이상의 참가국을 자랑하던 중국은 2020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참가 수를 대폭 줄여 약 160여 개 기업만 참가했다.
우리나라 참가 기업 수가 많은 이유는 스타트업 참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나라 기업의 참가 수는 117개였는데, 2022년에는 210개로 2021년을 제외하곤 매년 꾸준히 늘어왔다. 반면 스타트업은 2017년에는 28개 기업만 참가했지만, 2022년에는 292개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부 기관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결과다. 그렇다면 올해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삼성전자 ‘C랩 전시관’, 역대 최대 22개 혁신상 수상
우리나라 스타트업 관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와 사외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CES 유레카 파크 내 C랩 전시관에서 육성 스타트업을 선보여 글로벌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다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성과 완성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매년 화제를 모으는 관이다.
올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4개 과제는 어린이의 스마트 기기 사용 습관을 길러주는 AI 솔루션 ‘필로토’, 라인 시험 AI 관리감독 서비스 ‘프로바’, 모빌을 이용한 영아 사시 조기 발견 솔루션 ‘이노비전’, LED 가이드로 쉽게 학습이 가능한 스마트 전자기타 ‘잼스타’ 등이 소개됐다. 또 반려견 찾기, 인공지능, 3D 오디오, 메타버스 등 삼성전자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함께 육성한 스타트업 9개 기업도 함께 전시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기업은 C랩 인사이드로 시작한 이후,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독립적으로 창업한 9개 기업이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 솔루션 ‘에바’나 화장품 원료를 활용한 임시 타투 솔루션 ‘프링커 코리아’, 피부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 맞춤형 서비스 ‘룰루랩’, 외이도염 예방을 위한 귀 건강 관리 디바이스 ‘링크페이스’ 등 9개 기업이 포함된다. 올해 C랩 스타트업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CES2022 혁신상 중 1개의 최고 혁신상과 2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고, 이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수상한 혁신상을 합친 20개보다도 많은 결과다. 최고 혁신상은 반려견의 비문(코무늬) 등록을 통한 신원확인 앱 서비스를 개발한 ‘펫나우’에게 돌아갔다.
유레카 파크, K스타트업이 차지하다
올해 CES에 참여한 한국 기업 중 스타트업은 292곳이며, 그중 200개 이상의 기업이 유레카 파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유레카 파크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엑스포에 마련되는 스타트업 전문 전시관이며, CES에 처음 진출하는 것은 물론 신생 기업당 최대 두 번만 참가할 수 있다. 또 콘셉트가 아닌 시제품 혹은 판매 가능한 상태의 제품을 갖춰야만 지원할 수 있으며, 주최 측의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즉, 유레카 파크는 전 세계 스타트업 중에서도 엄선되고 검증된 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는 꿈의 전시관으로, 매년 수많은 기업 관계자와 미디어, 투자자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유레카 파크에 한국 국적으로 마련된 관은 총 59곳인데, 한국관이나 대학교, 지자체 등의 이름으로 공동 참여하는 경우를 감안했을 때 한국 기업의 숫자는 200곳에 가깝다. 이 가운데 ‘케이-스타트업(K-STARTUP)’ 관으로 진출한 6개사(링크페이스, 에바, 에이아이포펫, 택트레이서, 히포티앤씨, 럭스랩), 서울관으로 참여한 기업 중 6개사(알고케어, 클레온, 메텔, 웨인힐스벤처스, 콥틱, 루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로 참여한 스타트업 29개 사 등 다양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 19로 새로운 국면 맞은 CES
코로나 19로 CES에 참가하는 기업의 숫자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CES는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 박람회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이탈한 중국 기업들이 MWC(Mobile World Congress,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와 IFA(Intermountain Farmers Association,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CES의 중국색이 빠졌고, 그 빈자리를 우리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세 박람회 중 CES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며, 우리 기업들의 주목도와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5년 전만 해도 유레카 파크에서 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단숨에 치고 올라온 점도 우리의 저력을 입증하는 결과다. 비록 오미크론 여파로 CES2022의 열기가 예상보다 덜하지만, 내년만큼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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