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기부 12년, 3600포대로 이웃 명절 챙기는 얼굴 없는 기부자 [서울25]
[경향신문]
20㎏짜리 쌀가마 30포대가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 처음 놓여있었던 건 2011년 1월이었다. 그 후 12년 동안 매년 이맘때 같은 양의 포대가 배달된다. 지금까지 3600포대, 총 72톤, 2억여원 어치의 쌀이 전달됐다.
성북구는 “기부자가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만 남기며 임인년에도 어김없이 쌀을 보내왔다”고 7일 전했다.
쌀 300포대를 실은 트럭을 맞이해 쌀을 내리는 일은 월곡2동 주민센터의 연례행사가 됐다. 해마다 쌀이 도착하는 새벽, 월곡2동주민센터 앞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산책하던 주민 등이 쌀 나르는 일을 돕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참여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어 올해는 별도의 행사를 생략하고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쌀을 옮겼다. 작업을 돕고 싶다는 주민들을 담당 직원들이 설득하며 말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박미순 월곡2동장은 “어려운 시기에 기부자의 전화를 받으니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이 들었고,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돼 안도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월곡2동 주민들의 쌀과 금일봉 기부도 이어졌는데 지역 어르신 100명은 1만원씩 모아 구청에 전달했다. 김모 어르신(76)은 “천사가 보낸 쌀은 대부분 동네 독거노인들이 받는다”며 “마을의 고령자로서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1만원씩 모으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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