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공포에 주저앉은 증시.."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유리한 시점"

권유정 기자 2022. 1. 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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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투자심리 악화
나스닥 급락에 국내 성장주 우수수
증권가 "금리·실적 추이 등 주시해야"

국내 증시가 미국 주식시장 하락 여파로 연일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린 것이 우리 증시의 발목을 붙잡았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성장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반도체, 자동차 등 대형 경기민감 가치주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으로 시선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러스트=손민균

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44포인트(1.13%) 하락한 2920.53에 거래를 마쳤다. 새해 첫 거래일과 이튿날까지 소폭 상승 마감한 지수는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종가(2977.65)를 기준으로 올해 들어 지수는 1.9% 하락했다. 특히 카카오(035720), NAVER(035420) 등 IT를 비롯해 바이오, 게임 등 성장주 낙폭이 큰 편이었다.

국내 증시 급락은 연준의 강한 긴축 의지로 미 증시에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결과였다. 5일(현지 시각)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장중 발표되자 일제히 하락했다. 기존에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매파적인 연준 기조에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성장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를 중심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의사록에서 주요 연준 위원들은 조기 금리인상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인상 확률은 80% 부근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중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양적긴축도 금융위기 당시보다 빨라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당일 발표된 민간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조기 긴축 우려를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확산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일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유럽 내 영국(21만9000명), 프랑스(27만2000명) 등에서도 역대 최다 확진자를 기록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락다운(전면봉쇄) 가능성은 배제됐지만, 코로나 재확산이 내수 소비나 노동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거시적 불확실성이 근본 원인이 된 것은 맞지만 수급적으로 기관투자자 순매도 규모가 급증한 것도 증시 하락 요인이 됐다. 기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6조849억원이다. 배당 차익을 위해 12월 초부터 유입됐던 5조원이 넘는 금융투자 자금이 배당기준일을 기점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에 사그라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이번 충격이 증시의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당분간 금리 상승에 민감한 성장주를 중심으로 조정 압력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상승은 성장주 주가에 부정적이다. 성장주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을 근거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이나 수급 이슈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진정될 이슈”라며 “결국 남는 건 연준 긴축 우려와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인데, 경기 호조가 전제돼야 이 역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초에는 지난해 많이 올라온 성장주보다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은행 등 대형 경기민감주에 베팅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성장주가 연일 약세를 보인 가운데 경기 민감주에 해당하는 철강, 건설, 조선, 화학 업종은 모두 상승했다. 철강은 POSCO(005490)가 주주 환원 확대를 발표한 데다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상승했고, 조선은 연이은 수주 소식이 호재가 됐다. 건설도 대선을 앞두고 주택 공급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재건축 공약이 언급되면서 상승폭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금리 변동성이 커질 때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낫다”며 “외국인 매수 패턴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났는데 연초 이후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운송(6배), 보험(7.1배), 통신(8.6배) 등으로 코스피(10.7배)보다 낮은 PER를 갖고 있었고, 올해 영업이익 상향 조정폭이 높아진다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인 6일(현지 시각)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금리 변동성 확대 우려를 반영하며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47%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 0.13%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서 장중 한때 1.2% 하락하기도 했지만, 실적 발표 기간을 앞두고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완화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간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에서 등락하는 데 그쳤다”면서도 “실적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진 종목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적이 양호하게 나온다면 외부 충격에도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이 높은 업종으로는 화학(901.2%), 미디어교육(400.4%), 철강(267%), 운송(248.7%) 등이 꼽혔다. 에너지와 호텔, 레저, 서비스 업종은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보험(-19.5%), 디스플레이(-6.5%) 등은 역성장이 예상됐고, 조선과 유틸리티 업종은 각각 적자지속, 적자전환이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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