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유해 첫 신원 확인.. 고인 숟가락이 단서

고 김일수 하사 전사 70년 만에 확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지난해 발굴된 국군 전사 유해 중 고 김일수 하사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김 하사 신원 확인의 단서가 된 숟가락 유품 뒷면. 국방부 제공

지난해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6ㆍ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중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의 신원이 확인됐다. 백마고지 유해 발굴이 진행된 이래 첫 신원 확인 사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7일 “김 하사는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에서 중국군의 공격에 열흘가량 방어작전을 수행하던 중 적 포탄 공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백마고지 전투는 고지의 주인이 7차례나 바뀌는 등 6ㆍ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돼 있다.

신원 확인에는 고인의 유품 가운데 ‘김(金)’씨 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씨가 적힌 숟가락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감식단은 이를 숟가락 주인의 이름으로 보고, 같은 성을 가진 유가족 중 미리 시료를 채취한 18건에 대해 전사자 유해와 유전자분석 및 대조 작업을 했다. 다행히 김 하사의 남동생이 2018년 시료 채취를 해둔 덕에 고인의 진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고인의 남동생 김영환(75)씨는 “형님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했던 것이 낯 뜨겁고 미안했다”며 “70년 만에 유해로 돌아왔어도 살아 온 것만큼 너무 기쁘다. 이제라도 현충원에서 안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는 김 하사를 포함, 모두 182명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