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脫毛에 건보 적용은 '중증 포퓰리즘'

기자 2022. 1.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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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탈모(脫毛)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겠다는 공약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 세간에 주목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것일 수 있겠으나, 건강보험 급여 본연의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인식하고 제시한 공약인지 의아스럽다.

하지만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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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탈모(脫毛)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겠다는 공약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 세간에 주목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것일 수 있겠으나, 건강보험 급여 본연의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인식하고 제시한 공약인지 의아스럽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을, 첫째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 둘째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 셋째 예방진료로서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로 나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탈모는 주근깨·다모(多毛)·무모(無毛)·백모증(白毛症)·딸기코·점·사마귀·여드름 등과 함께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탈모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2020년 기준으로 23만여 명이라고 한다. 진료비는 236억 원이지만,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탈모를 늦추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르고, 탈모 관련 제품 시장도 몇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탈모는 질병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에게 현실 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최근 정부는 2020년 기준 건강보장률을 65.3%로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70%를 목표로 이른바 ‘문케어’를 추진했지만, 2017년 62.7%에서 겨우 2.6%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탈모 치료제 공약이 발표되자 가장 먼저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해 왔지만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83.9%이다.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은 82.1%, 상위 50위 질환은 80.1%이며, 취약계층인 아동은 70.8%, 노인은 71.2%로 아직 환자의 비용 부담이 낮다고 볼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이 넉넉하다면야 무엇인들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키지 못하겠는가. 2022년 건강보험료율은 지난해에 비해 1.89% 인상된 소득 대비 6.99%가 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정한 법적 보험료율 상한 8%까지는 1%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 2021년 2년 동안 환자들의 병원 기피 현상으로 억제됐던 보험급여 지출은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40%를 넘는 2060년대에는 의료비 지출이 급증해 건강보험료 부담만 해도 소득 대비 24%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도 현재 수준의 건강보장률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서 그렇다.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 확대에 앞서 탈모 치료제부터 급여화하겠다는 공약은 우선순위상 바람직하지도 화급하지도 않다.

이제 2개월 앞둔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선거에 승리하고 보자는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이 난무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이 만든 재정 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이라는 점에서,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공약의 타당성을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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