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해외 투어 재개 움직임, 국내 상황은?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지난해 활황기였던 음반 시장에 반해 공연 업계는 침체기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탓이다. 틈새시장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언택트 공연이 생겨났지만, 현장감이 주효한 공연의 대체제는 될 수 없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K-팝 아티스트들에겐 더욱 아쉬운 해였다. 수요는 있으나 공급이 불가능한,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아쉬운 상황들이 빚어졌다.
올해 역시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 투어 활로가 다시 열렸다. 지난해 연말 방탄소년단의 미국 LA 콘서트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트와이스, NCT127, 에이티즈 등 굵직한 팀들부터 신인들까지 조금씩 해외 공연을 재개하고 있다.
네 번째 월드 투어에 나서는 트와이스는 지난달 서울 공연을 성료한 뒤 오는 2월 미국으로 향한다. 당초 미국의 LA(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포트워스, 애틀랜타, 뉴욕 5개 도시 5회 공연을 계획했던 트와이스는 전회차 초고속 매진에 힘입어 추가 공연을 오픈했다. 추가 공연 역시 매진됐다. 4월 일본 투어도 깜짝 개최하며 미주 투어의 열기를 잇는다. 도쿄돔 2회 공연을 확정했다. 이로써 6개 도시 9회 공연을 진행하며 대인원의 세계 팬들과 조우한다.
해외 팬덤이 두터운 에이티즈는 오는 9일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시카고, 애틀랜타, 뉴욕, 달라스, LA와 유럽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베를린, 바르샤바, 마드리드까지 총 12개 도시에서 월트 투어를 개최한다. 아직 티켓을 오픈하지 않은 파리를 제외하고 11개 도시에서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성원에 힘입어 LA 공연 1회차를 추가했다.
지난달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NCT 127도 올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두 번째 월드 투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어느 때보다 K-팝 시장이 각광 받고 있는 만큼, 굵직한 팀들의 글로벌 투어 재개를 계기로 해외 활동의 활력이 기대되고 있다. 신인 중에선 고스트나인과 블리처스가 발빠르게 1월과 2월 미주 공연에 나선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해외 투어와 달리 국내 공연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다. 2만 여명의 수용이 가능한 고척 스카이돔에서 지난달 콘서트를 개최한 NCT 127은 최대 좌석을 4000석 이하로 배정했다. 몸집 큰 다른 아이돌의 국내 공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대형 공연장을 대여해도 좌석간 거리두기로 빈자리가 많다. 아직 국내 상황이 조심스럽기도 해 많은 관객을 운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 투어를 앞두고 개최하는 국내 공연의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팬들을 위해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지출이 큰데 관객 동원이 제한적이라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콘서트만 여는 팀들도 있다. SF9을 비롯해 골든차일드, AB6IX 등이 제법 규모있는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이같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공연을 진행하는 아티스트는 아직 손에 꼽는다. 그나마 자본력과 팬덤을 갖춘 팀들이 점진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인디를 포함한 대중문화계 전반으로 내다봤을 때 좋지 않은 전망이 나온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관계자는 "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전망을 좋게 내다보고 있진 않다. 지금 규제도 계속 변하고 있다. 공연장 내 방역을 철저히 해 감염 및 확산이 일어난 적은 없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크다. 움츠러든 소비심리뿐 아니라 타격을 제대로 입은 업계에 대한 국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무조건적인 제한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팝 아티스트의 해외 공연 재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글로벌 상황에 발맞추지 못하는 국내 상황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K-팝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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