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티제(ISTJ)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꼽은 넷플릭스 추천작은?

왓칭·Watching 2022. 1.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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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어수웅 문화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처음부터 콕 찝어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었다는 어수웅 부장.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가 자신의 MBTI 검사 결과였지만 고개를 갸우뚱 했다는 그의 취향을 공유합니다.
2018년 어수웅 부장이 유발 하라리와 인터뷰 후 함께 찍은 셀카. /어수웅 부장

어수웅입니다. 벌써 27년이 흘렀네요.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고, 사회부 경찰 기자를 거쳐 99년 1월부터 문화부를 지켰습니다. 사회부 막내시절 신임 편집국장이 넌 뭐를 하고 싶냐고 묻길래, 국제부 가서 중동 담당 기자를 하거나 문화부 가서 문학 기자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던 직후의 일입니다. 물론 당시 편집국 인사에서 이 대답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세상 떠난 이탈리아 석학 움베르토 에코와의 파리 현지 인터뷰, 유고슬라비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과의 도쿄 인터뷰, 소설가 김훈과의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기행, 암 투병 중이었던 소설가 최인호와의 마지막 인터뷰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얻은 보람이 큽니다. 고전읽기의 쾌락을 다룬 책 ‘파워클래식’과 10인의 학자와 예술가가 말하는 ‘탐독’을 썼습니다. 2017년에 주말뉴스부장을 맡아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을 시작했고, 2020년 12월부터 문화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2. 문화 관련 취재를 오래 하시면서 친한 작가 분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아는데요. 오늘 저녁 당장 저녁 한끼 하자고 부르고픈 작가를 꼽으신다면?

2014년 어수웅 부장과 함께 떠난 김천 여행에서 묵밥을 먹고 있는 김연수 작가. 맞은 편에는 어수웅 부장이 앉아 있다. /남강호 기자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오늘은 동갑내기 김연수 작가에게 번개를 치고 싶군요. 20년 가까이 술과 밥을 먹으며 푸념을 하곤 했습니다. 10년 쯤 전에 작가의 고향인 김천의 한 묵밥집을 별 정보 없이 무작정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여자분이었는데 김연수 작가 아니냐며 반색을 하더군요. 초등학교 동창이라면서요. 놀라운건 그 사장님이 저까지 알아보더라는 겁니다. 조선일보 독자라면서요. 네, 죄송합니다. 자랑 맞습니다

그 사장님에 대한 감사 이외에 이 작가가 다시 떠오른 이유 하나가 있습니다. 김천까지 KTX 타고와서 이 무미(無味)의 묵밥을 먹어야겠냐고 타박했을 때, 그가 말하더군요. 묵밥은 허세가 없는 음식이고, 자신은 평생을 문학의 허세와 싸워왔다고. 그 때 그가 했던 말 한 토막을 전합니다.

“나는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써야만 간신히 글 같은 글을 쓸 수 있었던 사람이야. 잘 못 쓰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허세가 존재할 수 없고, 남들보다 두 배 더 시간을 써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지. 소설은 영감이 아니라 계획과 실천의 문제야. 어쩌면 자기 계발의 세계지.” 재능보다 성실과 노력이라. 오늘 저녁은 묵밥 한 그릇 다시 먹고 싶네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다른 작가 분들은 다른 날, 다른 끼니를 위해 세이브.

3. MBTI 성향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혈액형으로 서로를 판단했던 세대인지라, 최근에야 MBTI를 테스트해봤습니다. 결과는 이렇더군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ISTJ. 글쎄요. 고개를 갸웃합니다. 참고로 혈액형 말씀드리죠. AB형입니다.

4.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에 돈을 지불하고 계시나요?

티빙과 왓챠와 웨이브를 번갈아 혹은 동시에 구독하다가, 지금은 넷플릭스 하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5. 여태껏 보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가장 추천해주실만한 작품 3개를 꼽아주세요.

올타임(All-time) 베스트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고요, 최근 들어 재미있게 본 작품만 말씀 드리죠.

1.영화는 돈룩업(Don’t Look Up).

영화 '돈룩업'. /넷플릭스

연말연시에 본 영화중에 최고입니다.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데 아무도 큰 신경쓰지 않는다는게 한 줄로 압축한 플롯. 정치와 미디어와 종교와 과학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올타임 베스트 수준을 자랑합니다. 대통령은 혜성 추락을 중간선거 소재로나 사용하고, IT기업 창업자는 혜성의 광물질로 돈 벌 궁리나 하고 있죠. 모두가 멸망한다는데도 대통령 지지파들은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돈룩업), 반대 진영은 쳐다보라(룩업)고 둘로 나뉘어 싸우기나 합니다. 하지만 마침내 그날은 옵니다. 가짜 뉴스가 날 뛰어도 바뀌지 않는 진실은 있죠. 따분하신가요. 그런 분들은 캐스팅 만으로도 만족하실겁니다.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메릴 스트립, 티모시 살라메,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아리아나 그란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재미없다는 통념에 반박하고 싶어 긁어모은 캐스팅이더군요.

2.요즘 빠져있는 드라마로 ‘그해, 우리는’.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넷플릭스

지상파 SBS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상파 시청률은 그저 그런데, OTT는 흥행순위가 높아서 흥미롭더군요. 관전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가버린 청춘과 포기했던 연애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더군요. 전교 1등 여고생과 전교 꼴찌 남학생의 관찰다큐 형식의 로맨스 코미디인데, 흥미롭게도 학교 도서관 대출순위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앞섭니다. 밀란 쿤델라와 니체를 열독하는 사랑스러운 전교 꼴찌 남학생. 최우식 배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미니시리즈 스타일인데, 각 회의 소제목이 이미 사랑받은 영화제목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500일간의 썸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등. 영화와 문학과 다큐를 종합선물세트로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3.다큐멘터리는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를 추천.

다큐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 /넷플릭스

네팔 출신의 영국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하는 과정입니다. 그 팀의 이름은 ‘프로젝트 파시블(Project Possible)’. 이름에서 그 반어적 의미가 드러납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니르말 팀은 이 목표를 7개월만에 해 냅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요? 등산의 전설 라인 홀트 메스너는 16년이 걸렸습니다. 한국의 고 김창호는 7년이 걸렸고요. 물론 이들은 무산소 완등의 기록입니다. ‘프로젝트 파시블’ 팀은 지고 간 산소의 도움을 선택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이 기록의 엄청난 의미를 지우지는 못할 겁니다. 처음에 ‘무미의 맛’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재능보다 성실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프로젝트 파시블’은 서구 유럽의 명망있는 등반가가 아니라 네팔 출신의 무명 팀입니다. 네팔의 셰르파에게도 각각의 이름을 잊지 않게 불러줬죠. 결국은 같은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명의 맛’.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화두입니다.

<추천 영상 보러가기>

돈룩업

그해 우리는

14좌 정복: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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