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입주권 못받고 쫒겨날라'..신통기획도 '현금청산' 논란
"실수요자 피해" vs "투기 횡행, 방지 차원"
공공재개발에 이어 오세훈표 민간재개발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마저 현금청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신통기획 후보지 미선정구역에도 권리산정기준일이 적용되며 애꿎은 실수요자까지 현금청산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등을 시도하는 투기 세력이 횡행해 강력한 투기방지책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민간재개발 후보지 공모' 미선정구역에 대한 권리산정기준일이 적용된다. 권리산정기준일은 2023년 말까지 유지된다.
현금청산 피하려면 '예지력' 필수?
권리산정기준일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후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기준일 이후에 '지분 쪼개기'를 한 주택을 구입하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권리산정기준일 운용방안'에 따르면 △필지 분할 △단독·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전환 △토지·건물 분리 취득 △다세대, 공동주택 신축 등의 행위가 지분 쪼개기다.
서울시가 앞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모든 구역에 1월28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삼는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이번 신통기획에서 탈락한 지역은 물론, 앞으로 서울에서 진행하는 공공·민간재개발 공모는 1월28일이 권리산정기준일이 된다. ▷관련기사: 권리산정기준일, 원주민 보호냐 재산권 침해냐
광진구의 한 신축 빌라에 입주할 예정인 A씨는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미리 빌라를 구입했는데, 당장 올해라도 신통기획에 선정되면 현금청산 받고 가족이 다 함께 쫓겨나게 생겼다"며 "아직 입주도 못 했는데 벌써 이사를 고민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해석에 따르면 건축허가나 계약일과 상관 없이 권리산정기준일 다음 날까지 소유권 보존등기를 접수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처럼 1월28일 전후로 준공 및 사용승인이 어려운 경우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지 탈락 지역 등에 대한 갑작스런 규제로 신축 빌라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처음 공고에서 언급한 대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만 권리산정기준일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작년 9월 민간재개발 후보 공모 당시 후보지로 선정된 곳에 권리산정기준일을 적용하겠다고 명시했다. 탈락한 지역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집잇슈]공공재개발 투자, 권리산정기준일은 알아보셨나요?
부득이하게 탈락한 지역에 권리산정기준일을 적용할 경우 기준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까지는 분양권을 보장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권리산정기준일 설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을 문제로 꼽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권리산정기준일은 공청회 등을 거쳐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적용해야 하는데, 신통기획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사업기한을 촉박하게 정하고 진행하다 보니 일부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기 세력 횡행, 원주민 보호 불가피"
서울시는 투기방지를 위해 일괄적인 권리산정기준일 지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신축 빌라 등을 짓는 외부 사업자를 막아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짓지도 않은 빌라를 매도하는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입주권 못받는데 '빌라 '짓는 이유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민간재개발 공모 탈락지역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지 재개발이 불가능한 지역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사업에 신청할 확률이 높다"며 "이에 지분 쪼개기를 시도하는 투기세력 유입은 불 보듯 뻔했고, 정작 주거환경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의 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에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확인한 결과 용산, 마포, 광진 등 집값이 높은 지역들에는 건축허가만 받고 골조조차 올라가지 않은 빌라를 판매하는 행위를 발견했다"며 "이들 신축 빌라의 경우 분양권이 나오지 않는다고 알리자 언젠가는 규제가 풀리지 않겠냐는 답변이 돌아오는 등 투기 목적이 분명한 업자들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서울시가 작년 초 정비사업, 건축 전문가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한 전문가 집단이다. 재개발사업에서 공공과 민간의 갈등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에 일부 주민들은 집단 행동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산정기준일에 반대하는 강남구 대청마을 한 주민은 "부동산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이번 권리산정기준일 지정으로 현금청산 대상이 된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데, 이미 100여명이 참여한 상태"라며 "시위와 소송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은 곳까지 권리산정기준일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빌라 매매를 금지하겠다는 의미"라며 "어느 지역이 선정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금청산을 강요하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오히려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통기획과 마찬가지로 현금청산 논란을 겪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복합사업)의 경우도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심복합사업은 앞서 작년 6월29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일괄 지정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심복합사업의 현금 청산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공공주택 특별)법안 통과가 되고 후보지에서 예정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어떤 구제방안이 있을지에 대해서 검토를 해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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