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NFT..하이브 vs SM, 승자가 주도할 미래 [엔터-Biz:신년기획ⓛ]

김지현 기자 2022. 1.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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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포토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국내 엔터사들은 지난해 팬데믹 악재에도 흑자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기업형 기획사에 한정된 얘기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는 위너 독식 현상이 과제로 남았지만, K-컬처가 글로벌 문화 산업의 한 주축이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 K-콘텐츠 기업들은 '피보팅'의 기로에 섰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사업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걸 의미합니다. 피보팅의 중심엔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 시장이 있습니다. 4대 기획사를 비롯해 K-콘텐츠 기업들은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티브이데일리는 임인년 신년을 맞아 4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엔터계 신(新)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메타버스(Metaverse), 블록체인(Block Chain).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견인하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다. 지난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사업 비전으로 내세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국내 엔터계도 앞다투어 신년 사업 계획들을 발표했다. 대략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NFT 상품을 팔겠다’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엔터 산업에서 지칭하는 메타버스는 대규모 팬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을 의미한다. 구글부터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까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선례를 지켜본 국내 엔터사들은 세계의 중심에 선 K-콘텐츠의 힘을 기반으로 새 시장을 선점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미래의 연예 산업은 고벨류의 IP 확보, NFT 상품 개발,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이 세 가지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이미 우리 눈앞에 일부 펼쳐져 있다. 당신이 열광하는 바로 그 아티스트, 그 곡 안에 말이다. 이들은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당신의 주머니를 열 채비 중이다.


SM –엑소→에스파까지, SMCU의 꿈
새 메타버스 플랫폼 만들어질까

‘광야에 가보고 싶은데 어떻게 가는지 아시는 분?'

SM 소속 에스파의 팬들이 서로 장난스럽게 던지는 농담이다. 에스파는 데뷔 시절부터 구체적인 세계관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광야’는 이들의 가상 세계를 지칭하는 단어고, 지난해 발표한 곡명인 ‘블랙 맘바('Black Mamba)’는 광야에 있는 존재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의 빌런을 뜻한다. 물론 엑소부터 NCT 유닛까지 세계관을 지닌 아티스트는 이전에도 많았다. 차별점이 있다면 에스파는 좀 더 메타버스를 고려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YG엔터테인먼트도 블랙핑크 아바타를 선보인 적 있지만 에스파의 아바타는 멤버들과 같은 정체성을 지닌 또 다른 자아로 확장됐다. 뮤직비디오부터 공연까지 아바타는 어디에서든 멤버들과 함께 한다. 실제 멤버와 아바타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게 동일화하는 전략이 핵심 포인트다.


이를 단순히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콘셉트 정도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내러티브를 가진 세계관은 상품으로 전환되고, 브랜드로 성장하는 동력이 된다. 메타버스에 입성한 에스파를 상상해 보라. 세계관이 확실하니 구현이 용이하다. 에스파의 아바타를 통해 실제 멤버가 입었던 옷과 신발을 구매하고, 팬들끼리 모여 공연도 관람한다. 또 이 아바타가 에스파의 안무를 구매하면 완벽히 춤까지 출 수 있으니 콘서트의 재미는 배가된다.

SM 프로듀싱의 핵심인 세계관은 메타버스를 통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관련 시장에 관심을 보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컨텐츠와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을 SM컬처유니버스(SM Culture Universe·SMCU)로 명명하고 플랫폼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해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형 콘텐츠로 '카우맨(CAWMAN)'을 예로 들었다. '카우맨'은 카툰(Cartoon)의 C, 애니메이션(Animation)의 A, 웹툰(Web-toon)의 W, 모션 그래픽(Motion graphic)의 M, 그리고 아바타(Avatar)의 A, 노블(Novel)의 N을 조합한 단어다. 아티스트 IP를 바탕으로 이 같은 콘텐츠를 만들고, 각각의 콘텐츠들이 NFT로 연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SM은 현재 자회사격인 플랫폼 디어유 버블을 통해 팬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프로듀서가 말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새로운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SM은 이 플랫폼을 통해 SMCU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쥬니어부터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까지 세계관을 지닌 슈퍼 IP를 대거 보유하고 있으니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다양하다.


무한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에서 소비자는 소비에만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거나 제작할 수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소비자를 프로슈머라고 부른다. 소비자 중에서도 팬덤을 기반으로 한 팬슈머(상품,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목소리가 크고 주도적인 만큼 아티스트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한다. 미래의 주요 소비층인 MZ 세대일수록 이런 성향은 강하다. 콘텐츠 기업들은 이들이 결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하는 일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새 시장의 가치는 결국 수익성으로 판단되는데 메타버스는 사업 초반 투자를 통해 기술을 확보해두면 오프라인 보다 인건비, 판관비 등 기회비용이 효율적이고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예로 지난해 미국의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게임 포트나이트(에픽게임즈)를 통해 깜짝 온라인 공연을 펼쳤다. 게임 내 가상세계 안에 들어선 아티스트가 거대 아바타가 돼 라이브 공연을 한 것이다. 무려 1230만 명의 접속자들이 몰렸고, 이들은 랩을 하는 스캇과 함께 춤을 추며 가상 세계 곳곳을 누렸다. 포트나이트는 해당 공연의 수익이 22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단순한 온라인 공연의 수익이 이 정도니 메타버스가 지닌 시장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아직 영화 ‘레디플레이원’이나 ‘아바타’같은 고도의 기술 실현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AR(증강현실) 버추얼 3D 기술 등이 일정 정도 수준에서 가시화되고 이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보급되면 메타버스 시장은 말 그대로 엔터를 비롯해 콘텐츠 시장의 황금알 거위가 될 것이다.

하이브 목표는 글로벌 플랫폼, IP 보유에서 유리
하이브+네이버 vs SM+CJ ENM 양강구도 될까

국내 엔터계 메타버스 사업을 선두할 기업은 BTS(방탄소년단)라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하이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술 실현도 중요하지만 IP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 의장은 IP 보유가 관련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키라고 봤다. 세븐틴 뉴이스트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 비롯해 쏘스뮤직, 빌리프랩, Koz 등 문어발식 몸집 불리기는 미래 사업을 다지기 위한 초석이었던 것이다.


하이브가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방 의장의 꿈이 매니지먼트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걸 엿볼 수 있어서다. 스타 아티스트 IP를 최대한 확보, 이를 자산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게 보인다. 하이브가 꿈꾸는 건 엔터사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플랫폼사다. 지난해 초 하이브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미국 팝계의 슈퍼스타들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무려 1조 2천8000억 원에 사들였다. YG 산하인 YG플러스에 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이유도 IP 협업을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무산됐지만 SM 인수에도 욕심을 낸 걸 감안하면 하이브의 목표는 전세계 팬덤이 결집하는 플랫폼 실현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방 의장의 꿈은 자회사이자 팬커뮤니티 서비스 플랫폼인 위버스컴퍼니(위버스)로 연결된다. 매년 하이브 레이블의 합동 공연이 펼쳐지고,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와의 소통과 굿즈 판매도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SM의 디어유가 구독서비스인 반면 위버스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콘텐츠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아티스트와 주고 받는 메시지부터 영상, 웹소설 등이 구비돼 있다. MD, 굿즈도 비교적 높은 값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까진 위버스 역시 디어유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팬서비스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


BTS를 태운 열차 위버스에 메타버스 산업의 또 다른 강자, 네이버도 올라탔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자사 영상 및 팬플랫폼 서비스인 브이라이브를 위버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네이버가 지분 49%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되는 계약이다. 하이브와 네이버가 나란히 손잡고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견인하려는 것. 네이버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운영 중이지만 아티스트 IP가 부재해 엔터 콘텐츠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어 엔터사와 협력이 필요하다. 또 두 회사는 합작 회사도 만들 예정라고 하니 CJ ENM이 SM을 인수할 경우 국내 팬덤 기반 메타버스 사업은 이들과 하이브-네이버의 양강구도가 되는 셈이다.

JYP엔터테인먼트와 YG는 미래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우선 큰 손들과 협업하는 분위기다. JYP는 2020년 제페토에 50억원을 투자하며 메타버스 진출을 꾀했고, 지난 해 중순에는 디어유에 214억원을 투자, 23.3%의 지분을 인수하며 SM 다음으로 2대 주주가 됐다. YG역시 마찬가지로 계열사를 통해 제페토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YG의 주요 주주니 여러 사업적 제휴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JYP 소속 ITZY(있지)와 YG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가상 팬사인회를 열거나 안무 첫 공개 등의 이벤트로 팬들과 소통했다.

메타버스, 실체는 있는가
앞선 포부, 구체적 계획은 쉬쉬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실현 가능한 시기다. 하이브, SM의 수장들이 언급한 메타버스가 현재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힘들다. 두 회사가 직접 위버스와 디어유를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이들이 메타버스를 콘셉트로 기업을 홍보할 때 마다 두 플랫폼은 늘 꼬리표처럼 함께 했다. 그러나 위버스와 디어유는 말그대로 단순한 팬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어 메타버스로 명명하기엔 부족하다. 하이브와 SM이 메타버스와 관련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두 수장이 지난해 발표한 거창한 사업 포부에 비해 현재 공식화, 가시화된 건 부족하다. 실제로 본지는 가장 먼저 관련 사업을 홍보해 온 하이브에 사업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보안을 이유로 들었지만, 아직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국내 엔터사들의 사업 전반을 연구하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안진아 연구원은 티브이데일리에 "위버스를 메타버스로 보긴 어렵고,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봐주시는 게 맞다고 본다”라며 "(NFT 등) 관련 사업 런칭은 빨라야 올해 2분기, 딜레이되면 3분기나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안 연구원은 “메타버스나 NFT가 엔터사의 중장기적 모멘텀인 건 맞지만 당장의 수익 실현을 논하기엔 이르다. 이제 시작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관련 기업들이) 구체적인 비즈니스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모호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경우 네이버와 함께 올해 상반기 새 플랫폼을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위버스와 브이라이브 회원, 콘텐츠 통합일 뿐 획기적인 메타버스 플래폼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현재 시점에서 메타버스라 부를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기획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 의장과 이 프로듀서가 발표한 사업설명회와 기조연설은 다소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안들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를 초대해 상세히 상품과 관련된 기술들을 공개하며 (심지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까지) 투자자와 소비자를 설득하려는 애플, 테슬라의 수장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무리한 비교라고 판단하는가. 하이브와 SM의 타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들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기대감은 뜨겁고, 충분히 기대할 법하다. 해당 사업은 엔터계뿐 아니라 굴지의 플랫폼 기업들이 일제히 주목하는 시장이고, 마침 K-콘텐츠는 국제적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역량이 최고치에 달했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플랫폼, 콘텐츠 업계는 팬데믹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얻고 수혜를 입었다. 이는 4대 기획사가 IT 기술을 모델로 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신년기획 2편은 엔터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시장, NFT에 대해 살펴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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