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 경매社 갈등 폭발.."양대옥션 창립자 나서 시장교란 정리해야"

장재선 기자 2022. 1.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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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랑들이 미술품 경매업체들과 경매 횟수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케이옥션의 경매 장면. 케이옥션 제공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영국의 미술지 ‘더 아트 뉴스페이퍼’가 한국의 화랑들과 경매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최근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 황달성 화랑협회장 요구… 협회, 26일 ‘자체경매’ 초강수

“메이저 옥션 年 4회로 제한 등

2007년 맺은 신사협정 어기고

젊은작가 직접 접촉해 경매도

돈벌이에 예술시장 무너져”

서울옥션 “화랑協 시대착오적”

케이옥션 “아직 공식입장 없어”

일각선 ‘밥그릇 싸움’ 여기기도

“양대 옥션의 모(母)화랑을 창립했던 박명자, 이호재 회장이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한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협회가 서울옥션·케이옥션 등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와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6일 이렇게 말했다. 국내 165개 갤러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화랑협회는 두 경매회사의 무분별한 돈벌이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스스로 옥션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대화로는 안 되니 행동으로 압박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셈이다.

화랑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두 경매회사가 화랑들과 지난 2007년 ‘신사협정’을 깼다”고 주장했다. 당시 협정 내용은 ‘메이저 옥션은 연 4회로 제한한다’ ‘옥션사가 구입하는 국내 작가 작품은 옥션에 올리지 않는다’ ‘제작연도가 2∼3년 이상인 작품만 출품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이다.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화랑들의 1차 시장과 경매를 통해 재판매하는 옥션사들의 2차 시장이 균형을 이루며 질서를 유지하자는 합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수집가들이 등장하고 유동자금이 유입되는 등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옥션사의 경매는 급작스럽게 늘었다. 메이저 경매를 포함해 연 80여 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화랑협회 측 주장이고, 경매사들 역시 “그렇게 많지는 않다”면서도 급증한 것은 인정했다.

경매회사가 의도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값을 띄우거나, 젊은 작가들을 직접 접촉해 신작을 곧바로 경매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 협회 시각이다. 작가를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따지는 1차 시장이 경매회사의 극단적인 자본주의 논리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매가 빈번하고 급하게 이뤄지면서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 과거에 작품을 샀던 사람들의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애호가들이 미술 시장을 떠나게 된다고 우려한다.

황 협회장은 “두 경매회사가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우리 화랑들이 단결력을 보여주며 바람직한 경매 형태를 제시하기 위해 자체 옥션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26일 오후 4∼6시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여는 화랑협회 옥션은 출품, 응찰 모두 화랑협회 대표만 참여할 수 있다. 옥션에서 배제된 작가들의 우수작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4∼26일 프리뷰는 작가와 작품 스토리를 보여주는 전시 형태로 진행하는데, 회원 화랑 초대를 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번 경매 수수료는 없으며, 다음번부터는 경매회사의 3분의 1 수준인 5%로 한다.

이에 대해 미술계 안팎에서는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한 협회의 고육책이 이해가 된다”는 긍정론과 “옥션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스스로 옥션을 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당사자인 서울옥션 측은 “급변하는 미술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며 미술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중 친화적 경매를 하고 있다”면서 “협회가 십수 년 전 협정을 내세우며 비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해외 화랑들이 국내 시장에 앞다퉈 진입할 정도로 수요가 커졌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경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화랑협회 성명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려다가 우선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옥션 측은 “내부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화랑협회는 “케이옥션의 태도로 보면 개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재 판단”이라며 “서울옥션과는 대화를 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합의점을 만들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옥션은 대형화랑인 가나아트센터가 1998년 설립한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됐으며, 가나아트 창립자인 이호재 회장의 여동생인 이옥경 부회장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케이옥션은 2005년에 등장한 이후 급속 성장해 서울옥션과 국내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미술계 대모로 불리는 박명자 전 화랑협회장이 창립한 현대화랑을 모체로 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도현순 대표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화랑협회와 경매회사 갈등 국면에서 미묘한 지점은 갤러리현대의 대표가 현재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갤러리현대는 현대화랑에서 분사하고 박 전 회장의 차남인 도형태 대표가 꾸려가고 있는 화랑이다. 도형태 대표는 협회 부회장으로서 옥션 업체가 경매를 절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나, 형이 운영하는 케이옥션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심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황 회장은 “이런 사안은 어머니인 박명자 회장이 정리해주는 게 마땅하다”며 “서울옥션도 이호재 회장이 나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술계는 아시아 미술 시장을 주도할 나라로 꼽히고 해외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국내 화랑들과 옥션 업계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준모 평론가는 “화랑들이 경매회사를 탓하기 전에 선진 경영기법으로 시대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며 “옥션 업체들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활황에 기여했으나 정도를 지나치지 말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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