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에 새긴 '金'자 글씨로 6·25 백마고지 유해 확인
[경향신문]
백마고지 유해발굴 진행 이후 최초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로 확인
지난해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중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의 신원이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백마고지에서 유해발굴이 진행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7일 “국군 제9사단 30연대 소속이었던 김 하사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철원 북방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국군의 공격에 방어 작전을 펼치다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하사 부대는 당시 중국군의 공격에 10일가량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이었다. 국군은 군사적 요충지인 백마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12차례의 공방전을 벌였다.
국유단은 “고인의 유해는 발굴 당시 개인호 안에 머리뼈와 하체 부위 일부만 남아 있었다”며 “현장에선 숟가락과 전투화, 야전삽, M1 소총 탄환 등의 유품도 다수 발굴됐다”고 전했다.
김 하사 유해의 신원 확인은 사전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뒀기에 가능했다. 국유단은 김 하사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 중 숟가락에 ‘김’(金)씨 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씨(사진)가 적혀 있음을 발견했다.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김씨 성의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18건을 대조 분석해 해당 유해가 김 하사의 것임을 확인했다. 김 하사의 남동생은 2018년 경북 구미 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국유단은 “생전에 농업에 종사했던 고인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스무 살 나이에 입대했다”며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뒤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고인의 신원확인 소식을 듣지 못하고 1989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고인의 남동생 영환씨(75)는 “형님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다는 국유단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 피싱이라고 의심했었다”며 “형이 70년이 지나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2000년 4월 6·25전사자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김 하사를 포함해 모두 182명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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