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일까 거품일까..방탄 NFT, 구매하시겠습니까 [엔터-Biz:신년기획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저 원숭이 그림들이 400억원에 팔렸다고?’
NBA 스타 스테판 커리부터 래퍼 에미넴까지 최근 돈 좀 벌었다는 스타들 사이에서는 공식 트위터 프로필에 원숭이 그림을 내거는 게 유행이다. 해당 아트웍을 2~3억원(당시 이더리움 기준)에 사들였으니 남다른 스웩이다. ‘마우스 우클해서 이미지 저장하기만 누르면 공짜잖아?’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NFT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지루한원숭이요트클럽(BAYC)이라고 불리는 이 원숭이 시리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디지털 아트웍으로 전세계 NFT 홀더들에 의해 약 400억 원에 완판됐다.
스테판 커리와 에미넴이 지갑을 연 이유, 해당 아트웍의 실제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알릴 수 있어서다. 트위터에는 이들이 사들인 원숭이 그림이 수없이 걸려있지만 유저들은 안다. 단 한명 뿐인 아트웍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모두 NFT 기술 덕이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일련의 고유 번호를 부여, 콘텐츠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그간 디지털 자산은 저작권과 소유권을 가리기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NFT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은 낙서같은 이미지부터 웃음 소리가 녹음된 파일까지 모든 컨텐츠를 NFT로 상품화하는 게 가능하다. 생산부터 판매 이력까지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최초 발행자가 누군지 기록된다. 당연히 위조는 불가능하고, 저작권을 위반한 불법 상품 관리도 용이해졌다.
"관련 사업, 올해 美에서 시작될 가능성"
"글로벌 IP 보유한 하이브가 선두할 것"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NFT 시장은 콘텐츠를 보유, 제작하는 기업들에게 황금알 거위로 떠올랐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 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국내 엔터계 역시 움직이고 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플레디스부터 YG플러스, 이티카홀딩스까지 하이브가 수년 전 부터 공격적인 M&A에 나선 건 슈퍼스타 IP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IP는 대규모 팬덤이 밀집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과 NFT 사업에 필수적 요소다. SM을 제외한 대부분의 K-팝 엔터사들이 하이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NFT의 가치는 희소성, 고유성에 있다. 해당 아이템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다는 가치말이다. 이 희소성을 가장 원하는 소비층이 누구일까. 팬덤이다. 팬덤 경제에 기대는 엔터사들이 NFT 시장에 욕심을 내는 건 자명하다. 하이브는 지난 해 말 국내 점유율 1위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전신 두나무에 5천억 원을 투자했다. 두나무는 하이브에 7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위한 제휴로 해석된다. JYP 수장 박진영 역시 두나무에 지분 2.51%(365억원 추산)를 매각했다.
K팝 주역들의 NFT 사업 어디까지 왔을까. 대체 무엇을 판다는 것일까. 투자자 혹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현시점에서 구체화, 현실화된 것은 전무하다. 하이브는 관련 사업에 대해 문의하는 티브이데일리에 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가장 만들기 쉬운 NFT 포토카드 역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 해당 상품들을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일까.
국내 엔터 산업을 연구하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안진아 연구원은 관련 사업은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어지면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티브이데일리에 “관련 사업 론칭은 빨라야 올해 2분기, 딜레이되면 3분기나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하이브의 경우 추후 IP, NFT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따로 만들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관련 법인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한국은 NFT 비즈니스와 관련한 법률이 없고, 안전 장치도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아티스트 IP와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NFT 상품들이 나올텐데 그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기획사들이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앨범, 음원 스트리밍, 콘서트 등 정통적인 방식에 머물지 않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희귀성이 있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면 이를 사려는 팬층이 몰릴 것"이라고 분석하며 "글로벌 아티스트일수록 가치는 높아진다. MD와 굿즈에 일련번호를 부여한 한정판 상품들이 나올 것이고, 결국 글로벌 아티스트를 보유한 회사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하이브가 (수익 면에서)가장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K팝 업계만 NFT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목공에 조예가 깊은 배우 강동원은 의자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라이브 영상을 NFT로 발행해 판매했고, 수익금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했다. 오는 12일 개봉되는 박소담 주연의 영화 '특송'을 배급한 NEW는 '특송' NFT 아트웍 1000개를 단 1초 만에 완판했다. 수많은 IP를 보유한 영화계는 K팝 기업들 못지 않게 NFT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SM 이 프로듀서, NFT 공동구매 시사
N차 판매 NFT, 시장 성장 키포인트
SM은 어떤 상황일까. 하이브와 비슷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해 기조연설을 통해 메타버스와 솔라나(알트코인 종류 중 하나) 기반의 NFT를 신사업의 화두로 던졌지만 구체적인 상품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단 투자자와 팬들이 솔깃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 프로듀서는 "앞으로 SMCU(SM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통칭하는 말) 내 콘텐츠는 NFT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이 놀고 창조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NFT 형태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NFT 콘텐츠를 100명, 1000명이 함께 창조하고 각각 100분의 1, 1000분의 1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는 고가의 NFT 상품을 여러 팬들이 공동 구매하는 사례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조각 투자'로 불리는 이 방식은 최근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디지털 아트웍 미술가인 마리킴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미술 작품을 NFT로 판매한 마리킴의 현 작품들은 천여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경매에 부쳐진다. 수 백여명의 팬 혹은 투자자들이 한 작품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다.
물론 이 프로듀서의 발언이 'N차 판매'를 의미하는지는 미지수다. N차 판매는 NFT 시장이 팬덤을 넘어 투자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름하는 키포인트다. N차 판매가 가능해질 경우 단순히 팬만 몰리는 게 아니라 글로벌 투자층이 관심을 갖고 결집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이다. K-콘텐츠의 위상이 글로벌로 격상됐으니 더욱 유리한 상황. 또 팬들이 아티스트 측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그치던 일방향 팬덤 경제도 쌍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팬덤 경제에 또 다른 형태의 시장이 파생되는 것이다.
현재 NFT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내 스타는 세븐이다. 지난해 세븐은 신곡 '모니리자'를 NFT 음원으로 출시했다. 거래소 NFT 매니아를 통해 경매에 부쳐진 이 곡은 한 팬에 의해 1900만원에 낙찰됐다. 세븐은 소유권자가 N차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소유권자의 수익 추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세븐 측은 티브이데일리에 "K팝신에서 NFT로 음원을 발매한 첫 사례"라며 "(낙찰자에게) 음원 소유권을 양도했으니 N차 판매도 당연히 허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 나얼은 10년 전 발매한 솔로 1집 앨범을 디지털 자산 아트웍으로 선보인다. 카카오 계열의 거래소 디팩토리를 통해 NFT를 판매한다. 나얼 측 역시 본지에"소유권자에게 N차 판매를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재가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모두 같은 사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NFT 콘텐츠를 구매해 소유권자가 됐더라도 저작권자(판매자, 아티스트, 기획사)가 N차 판매를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와 관련한 분쟁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NFT 시장과 관련한 법률이 부재하는 탓에 저작권자와 소비자, 거래소 사이에 세세한 협의가 필요하다.
거품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말 호주 출신의 한 해커는 NFT 콘텐츠를 무단으로 해킹, 이를 무료 공유사이트에 대거 업로드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NFT라는 허황되고 부실한 기술에 대한 경고성 의미로 해킹을 벌였다"면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이미지 조각에 수백만 달러가 소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하나의 해프닝일 뿐, 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NFT 시장, 관련 법규 부재가 한계
법 장치 보다 앞선 시장, 통제 가능할까
가장 큰 문제는 관련 법규의 부재다. 하이브는 올해 게임사 NT게임즈를 통해 BTS 멤버 7명의 캐릭터를 모델화한 '타이니탄'을 소재로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NT게임즈는 최근 게임 업계 강자로 떠오른 위메이드의 계열사로, 이들은 지난해 자체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발행,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당시 위믹스의 시가총액은 9천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국내를 비롯해 세계의 게임 업계는 P2E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 유저가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추구형 게임을 만드는 것인데 암호화폐와 NFT가 핵심이다. 게임 내 아이템에 NFT 기술을 적용, 이를 사고 팔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게임사들은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사실 국내 엔터사들의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이에 참조한 것들이 많다. NT게임즈는 위메이드의 관련사인만큼 암호화폐(위믹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따라서 방탄소년단 게임도 위믹스 거래가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허가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들도 보인다. 국내에선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도 불법인데, 암호화폐 거래는 합법화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브의 관련 사업 법인이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은 여기서 비롯된다.
블록체인 관련 시장은 커질대로 커졌다. 각국 정부의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규모다. 미국은 수년 간 여러 감독 기관을 통해 시장을 육성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나섰지만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오는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지만 관련 시장을 모두 컨트롤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국내 많은 기업들이 법인을 해외에 두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엔터사들도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세금 징수 등 금융 당국의 관리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올해 1월 기준,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법안은 총 17개로 이 중 가상자산 관련법은 13개, 블록체인 업권법은 4건이다. 대부분 지난해서야 발의된 것들로 앞선 시장을 체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NFT 산업에 적극 나선 엔터계는 어떤 법을 적용받게 될까.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측은 티브이데일리에 "NFT는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며 " 다만 결제, 투자 등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해당될 수 있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했다.
다행히 올해는 국내 ICO(암호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가 가능한 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시국이라 갈 길이 멀다.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는 K-콘텐츠가 관련 시장에서 선점하려면 하루 빨리 관련 법규가 구체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법률 제정으로 관련 사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규제도 필요하기에 분명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내 K-콘텐츠 업계가 건강한 방식으로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지아 사태, 왜 유독 Z세대가 분노했을까 [이슈&톡]
- 백종 접종 거부한 배우, 당신의 생각은?
- 여배우 미투 인정한 영화감독, 부인하더니
- 안젤리나 졸리, '전 남편' 밀러와 재결합하나…방문 모습 포착 [TD할리웃]
- 레이디 가가 "19살 때 성추행 당해…옷 벗으라 협박당했다" [TD할리웃]
- 민희진, 좌절된 어도어 대표직 복귀 '法 각하 이어 이사회 부결' [이슈&톡]
- 아일릿,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 "데뷔 7개월 만의 성과"
- '구탱이형' 故김주혁, 오늘(30일) 사망 7주기
- ‘전, 란’ 강동원은 왜 어색한 사극톤을 고집할까 [인터뷰]
- ‘대표 복귀 불발’ 민희진 측 “주주간계약 효력, 유효해” [공식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