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허전함 달래준 건.. 10년만에 다시 잡은 클럽"

오해원 기자 2022. 1. 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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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KOVO 경영관리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공원에서 인터뷰 도중 아이언으로 공을 튕기고 있다.

■ 우리 직장 高手 - 한국배구연맹 경영관리팀장 김대진

필드서 4 ~ 5시간 나에게만 집중

스트레스·열정 함께 느끼는 운동

첫 홀인원·평균 70대 진입 목표

비오는 날, 현장 가서 취소하려

새벽 빗길 달리다 덜컥 車사고

비 그쳐 렌터카 불러 지각 합류

골프엔 관행이 여럿 있다. 그중의 하나가 비가 와도 라운드하기로 예정된 현장으로 가고, 그곳에서 취소한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김대진(50) 한국배구연맹(KOVO) 경영관리팀장도 그랬다. 당시 운 좋게 새벽 첫 티를 잡았는데 계속 비가 내렸고, 현장에서 라운드를 취소하기 위해 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가다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급제동한 앞차를 피하려다 빗길에 미끄러졌다. 다행히 몸을 다치진 않았지만, 차는 꽤 망가졌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김 팀장은 “한창 골프에 빠질 무렵의 에피소드”라면서 “사고를 수습한 다음 급하게 렌터카를 불러 골프장에 도착했다”면서 “그런데 비가 잠잠해져 동반자들은 이미 출발했고, 난 5번 홀에서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배구전문가다. 2000년 골프마케팅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대한민국배구협회를 거쳐 2004년 KOVO에 입사했다. 창립 멤버로 프로배구 V리그의 탄생에 힘을 보탰다.

김 팀장은 사회체육을 전공했고 커리큘럼에 골프가 있었다. 첫 직장은 골프 관련 회사. 하지만 김 팀장은 6년 전이 골프인생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대학 재학 시절엔 수업으로, 골프업체에선 업무상 어쩔 수 없이 클럽을 휘둘렀다. 첫 직장에서 2년 근무하는 동안 라운드는 5차례였고 이후 10년 넘게 클럽을 잡지 않았다. 대신 농구와 수영을 즐겼다. 농구는 어려서부터 가장 즐겼던 운동이었고, 수영은 대학생 시절 강사 아르바이트를 할 만큼 자신이 있다. 김 팀장은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면서 (체력적인 부담 탓에) 농구가 버거웠고, 수영도 흥미를 잃었다”면서 “대신 골프와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이미 골프에 빠져버린 대학 동창, 친구들의 권유로 골프인이 됐다.

골프에 입문했지만 직장인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의 필드 방문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프로배구 시즌이 개막되면 경기일정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연습장을 자주 찾는다. 연습장에선 가장 짧은 클럽부터 잡는다. 연습시간의 절반은 웨지에 투자한다. 그다음 쇼트아이언과 롱아이언을 손에 쥔다. 드라이버는 가장 짧게 연습한다. 김 팀장은 “따로 레슨을 받지 않았지만 이 연습순서는 무조건 지킨다”면서 “이렇게 독학으로 평균 스코어 80대 초반까지 왔다”고 귀띔했다. 김 팀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8월 경기 여주의 아리지CC에서 작성한 77타. 김 팀장은 “쇼트게임 기량이 향상하면서 스코어가 빠르게 줄었다”며 “생애 첫 이글과 홀인원, 그리고 평균 70대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골프장 나들이가 쉽진 않다. 그래서 필드에 나가면, 더욱 긴장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김 팀장은 “필드에선 4, 5시간 동안 다른 생각 없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다”면서 “골프는 계속 도전하는, 그리고 참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하는데, ‘골프는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종목’이란 말도 있다”면서 “하지만 내게 골프는 늘 즐거움을 안겨다 주고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골프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강조했다. 땀을 흘리고, 또 연구하면서 몸과 머리에 자연스럽게 생기가 돈다. 직장 업무 능률 향상에도 골프는 좋은 자극제. 김 팀장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남성은 살면서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면서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겐 골프가 특효약이 됐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연습장에서 그날그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면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골프가 고맙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키 183㎝ 몸무게 81㎏의 훤칠하고 군살 없는 체구를 갖췄다. 농구, 수영에 이어 골프를 벗으로 삼은 덕분. 드라이버 비거리는 220m. 그리고 요즘엔 드라이버의 방향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팀장은 “욕심을 안 낼 순 없고, 그러다 보니 타구의 방향이 늘 애를 먹인다”면서 “그래서 최근엔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고, 필드에 나가면 드라이버를 들 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프로배구는 한창 시즌 중이다. 2019~2020시즌엔 코로나19 탓에 포스트시즌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 팀장은 “올 시즌 남녀 14개 구단이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올 시즌 마지막까지 관심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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