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폭동 때 순직한 경찰관들 호명..美하원엔 25초간 침묵이 흘렀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1. 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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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워싱턴 리얼타임]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연방의회 동료의원들과 함께 6일 오후 연방의회 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 1주년 추모 촛불 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회경찰관 브라이언 시크닉, 미국의회경찰관 하워드 리벤굿, 워싱턴시 경찰관 제프리 스미스, 미국의회경찰관 빌리 에반스…”

6일 낮 12시 8분쯤(현지 시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그날 순직한 우리의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작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과 이후 있었던 또 다른 의사당 난입 시도에서 순직한 경찰관들의 이름을 불렀다. 1200제곱미터(약 363평) 남짓한 미국 하원 본회의장이 엄숙한 침묵 속으로 침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펠로시 의장이 “이제 모든 의원님들이 일어서서 그들을 기리며 잠시 묵념을 하길 청한다”고 말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 40여명은 물론 윗층 기자석에 있던 취재기자들도 일어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약 25초 간 정적이 이어졌다.

펠로시 의장의 주도로 낮 12시부터 열린 1·6사태 1주년 추모 기도회의 핵심은 마가렛 그런 키븐 원목(의회목사·Chaplain)의 기도였다. 하원 본회의 때마다 회의를 개막하는 기도를 담당하는 키븐 원목은 이날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 중 재선에 성공한 뒤 가진 2차 취임식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는 다시 국가적 혼란을 극복할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적의를 갖지 않고, 모두를 향한 관용으로써, 주께서 깨우쳐 주시는 정의를 굳건히 믿으며, 우리의 과업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후 미국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함께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 밖에서는 여전히 민주당과 공화당, 또 공화당 내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연방의회 의사당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서 패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의회에 폭도들을 난입시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방해하려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트럼프)는 백악관에 앉아서 텔레비전으로 모든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경찰이 공격 받고, 생명을 위협 받고, 의회가 포위되도록 몇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초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참모들의 조언에 회견을 취소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장 반박 성명을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연설이 “바이든이 완전하게, 전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정치적 연극”이라며 “(바이든이) 미국을 더 분열시키려 내 이름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계속됐다. 이날 낮 추모 기도회에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선두에 섰다가 미 하원 의원총회의장 자리에서 축출당한 리즈 체니 하원의원과 그의 부친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나란히 참석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미국 기자들은 일제히 체니 부녀에게 몰려 들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왜 의사당에 왔나'란 질문에 “이것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에 헌법을 회복할 만한 더 좋은 지도부가 없다는 것에 깊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친트럼프 음모론 ‘큐어논(QAnon)’ 신봉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과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사퇴 압박에 몰렸던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오후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1·6사태 당시 연방정부의 비밀요원들이 시위대에 잠입해 폭력을 유발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펼쳤다. 게이츠 의원은 “1월 6일의 진실인 연방정부의 개입을 밝히기 위해 여기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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