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후배 자립 돕는 일자리 더 만들어야죠"

박현욱 기자 입력 2022. 1.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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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북 안동에서 무작정 상경했지만 서울에는 가족도 연고도 없었다.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37) 대표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차 퇴소하는 보육원생은 어른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에 준비 없이 내던져진다"며 "퇴소하는 날이 가장 두려운 그들의 자립을 돕는 손길이 새해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사회적 기업을 염두에 둔 것도 보육원 퇴소 청소년을 더 많이 고용하기 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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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종료 아동 울타리'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치유·사랑 쏟는 식물사업 시작
10명 중 7명 보육원 출신 채용
"보호 종료 아동 후원만으론 부족
사회적응 돕는 가족·일자리 절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안양산업진흥원 내 사무실에서 벽면 녹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브라더스키퍼
[서울경제]

지난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북 안동에서 무작정 상경했지만 서울에는 가족도 연고도 없었다. 손에 쥔 돈은 달랑 5만 원. 반년간 길거리를 전전한 어린 노숙자는 앞서 자신처럼 보육원을 퇴소한 선배들의 좌절을 고스란히 맛봤다. 방황과 절망 속에서 그가 한 결심은 자신처럼 등 떠밀려 사회에 나오는 ‘보호 종료 아동’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 15년 후 창업으로 실행에 옮겼다.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37) 대표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차 퇴소하는 보육원생은 어른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에 준비 없이 내던져진다”며 “퇴소하는 날이 가장 두려운 그들의 자립을 돕는 손길이 새해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2018년 세운 브라더스키퍼는 실내 수직 벽면을 식물로 채우는 인테리어와 화분 임대 사업 등을 운영한다. 현재 직원 10명 중 7명이 보육원 출신이다. 애초부터 사회적 기업을 염두에 둔 것도 보육원 퇴소 청소년을 더 많이 고용하기 위한 선택이다.

김 대표는 “보육원 출신들은 취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데다 일반 기업에 들어가도 대부분 편견과 부적응의 아픔을 겪는다”고 말했다. 보육원생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 목적이 종료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한다. 법률상 용어는 ‘보호 종료 아동’인데 매년 2,500여 명이 이른 나이에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그는 “경제적 능력도 없을뿐더러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와 부정적 시선에 오랜 기간 정서적으로 연약해진 상태”라며 “치유와 사랑을 쏟을 수 있는 대상으로 식물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벽면 녹화는 기업 대상 사업(B2B)으로 현재 30여 곳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청·안양시청 벽면 녹화도 담당한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의 후원으로 매년 전국 보육원10여 곳에 식물 인테리어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21년 매출은 15억 원 정도. 그는 “아직 고용 직원 수가 미미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퇴소자들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보육원 출신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이기에 직원 자립심을 키우는 데 엄격하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신학을 전공한 후 일반 기업에 입사했던 김 대표 또한 직장 내에서 보육원 출신임이 드러난 후 차가운 시선과 편견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더스키퍼에 채용되면 적응 기간을 거쳐 3년 차에는 업무 실수나 잘못에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점차 훈련 강도를 높인다. 그는 “설립 이후 처우가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한 한 명을 제외하면 아직 퇴사 직원은 없다”며 “스스로 자신의 성장 목표를 세우는 긍정적 변화도 있다”고 소개했다.

보호 종료 퇴소자의 채용 기회가 턱없이 적은 탓에 그는 제도적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보호 종료 아동 취업 인정 범위를 기존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에서 만 34세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건의하는 등 관련법 개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비영리단체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보호 종료 대상자 후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그들에게는 사회 적응을 돕는 가족과 일자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새해에는 실내 공기 질 측정·개선 컨설팅 사업에 나서고 전국 대리점도 준비하고 있다. 공기 질 컨설턴트로 더 많은 퇴소자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자는 복안이다. 신년 목표도 추가 채용 15명 이상, 매출 4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그는 “가족이 없는 후배들에게 가족이 돼주는 기업이 되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안양산업진흥원 내 사무실에서 벽면 녹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료가 안양산업진흥원 내 사무실에서 벽면 녹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브라더스키퍼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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