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미사일 진화.. 한반도 '게임체인저' 우려

박수찬 2022. 1.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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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20km 측면기동 700km 표적 명중"
마하5 속도.. 3개월 만에 기술 급진전
요격 어려워 한·미 MD 무력화 가능성
김정은·군수담당 비서도 참관 안 해
외부 환경 무관하게 전력 증강 지속
정부 "어느 한 방향 아닌 종합 판단"
美·日 외교장관 통화서 북한 규탄
교도 "핵탄두 장착 시도 땐 큰 위협"
유엔 사무총장은 北에 대화 촉구
38노스, 위성사진 분석해 발표
"선체 긁힘 등 경미한 수리 유력"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시험발사에는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 부문의 지도 간부들이 참관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개발해 시험발사 단계에 도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가 요격이 매우 어려운 극초음속미사일의 등장은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장기적으로 이 미사일의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한반도 안보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게임체인저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지만,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에로 120㎞를 측면기동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지난해 9월 28일 발사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과 탄두부 형상이 다르다. 화성-8형 탄두부는 글라이더 형태지만, 이날 공개된 사진에 등장한 미사일 탄두부는 원뿔형이다. 이는 같은 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된 신형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상과 같다. MARV 형상은 몸체 상하좌우에 장착한 날개를 이용해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방향을 바꿔 미사일방어체계를 교란한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일반적으로 움직임이 많으면 속도가 느려지고, 속도가 높으면 움직임이 둔화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합하면 강력한 위력을 지닌 극초음속미사일을 만들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를 공개하면서 ‘다계단 활공도약비행과 강한 측면기동’을 언급했다. 미사일이 수평 상태를 유지하면서 변칙기동을 하고 빠르게 날아갔다는 뜻이다. 변칙기동과 속도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기술적 완성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소요시간을 대폭 단축한 KN-23 탄도미사일과 더불어 극초음속미사일까지 실전배치되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이 뚫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북한이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선보였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좌우로도 상당 거리를 비행하면서 목표에 정확히 도달했다면, 마하5 이상의 속도로 날아올 때 우리가 과연 방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두 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기술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 북한 김일성광장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 결정 관철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날 궐기대회 주석단에는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참석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사거리와 속도, 요격회피 능력 등이 향상된 신형 미사일의 시험발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라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해야 한다”며 “이번 시험발사에서 확인한 미비점을 보완해 세 번째 시험발사에서는 더욱 진전된 기술을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에 공식입장 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미사일) 제원 분석이 끝나지 않아 북한의 주장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한·미·일이 정확하게 서로 합의가 되어야 발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전날 긴급회의에 이어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한반도 정세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전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전날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으로,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연합뉴스
◆‘자위력 강화’ 주장하는 北… “미사일 시험발사 지속 의도”

북한이 지난 5일 미래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까지 불리는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문재인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첫 무력 시위가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온 국방력 강화 차원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들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 北 발사 의도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시험발사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물론 군 및 군수담당인 박정천 당비서조차도 참관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당 8차 당대회와 전원회의 방침에 따라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무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보도는 매우 건조하게 발사의 제원과 기술적 부분만을 밝혔다”며 “개발의 목적도 국가전략무력의 현대화 과업, 최우선 5대 과업 수행 차원으로 절제된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도 “북한은 특정 세력에 대한 공세나 위협 대비가 아닌 자위력 차원임을 주장하고 있다”며 “향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계획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므로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확대해석을 일단 경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사 의도를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보도된 입장과 여러 행동, 관련한 유관부서 및 국제사회의 평가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는 결의상 금지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 “역내 위협될 수도” 우려

국제사회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5일(현지시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일본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철통같이 유지할 것”을 강조하며 하야시 외무상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국무부는 덧붙였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에 비해 기술적 진보를 달성해 위험성이 커졌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간 북한에 의해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역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FP통신은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이 공개한 5개년 (군사) 계획에서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며 “상당수 전문가는 극초음속 무기의 장점이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선 북한이 이 기술을 완전히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 역시 현재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며 역내 안보 우려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교도통신은 특히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을 시도한다면 일본과 한국은 심각한 안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을 향해 외교적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평화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외교적 관여와 대화라는 입장”이라며 “북한은 관련 국가들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을 시험 발사하는 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급(2천t급) 잠수함이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SLBM 잠수함 정비 마치고 재배치”

북한 해군이 운용 중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재래식 잠수함인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이 정비를 마치고 다시 작전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38노스는 지난달 27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분석, 신포급 잠수함이 원래 정박해 있던 조선소 내 안전 구역 가림막 아래에서 관측됐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앞서 지난달 13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해당 잠수함이 보수나 정비 목적으로 조선소 동쪽 끝부분에 위치한 드라이독(건식독)에 옮겨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드라이독은 잠수함과 배를 건조하거나 수리할 때 사용되는 장소다.

38노스는 해당 잠수함이 짧은 기간에 선체 수리를 마친 뒤 작전 운용을 위해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수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선체 긁힘이나 덧칠 혹은 그에 준하는 부차적 수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찍힌 사진 중에 드라이독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튿날 촬영된 사진상으로는 드라이독의 물은 빠져 있었고 선박 바닥을 받치는 용골 조립을 위한 부품들이 배치돼 있었다.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은 전장 67m, 전폭 7m 정도 크기로, 수상 배수량 1800t, 수중 배수량 2200t으로 추정되며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으로 알려졌다.

박수찬·구윤모·이도형·김선영·박진영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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