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회 웹툰 연재 '근성의 신' 김성모.."만화는 돈, 변해야 산다"

안양(경기)=최경민 기자 2022. 1. 7.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찐터뷰 : ZZINTERVIEW]1-① 만화가 김성모, 모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근성'을 자극하는 작가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김성모 만화가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주 5회 연재에 누적된 미리보기만 30회차.

그림 김성모, 스토리 박태준 작가의 네이버 웹툰 '쇼미더 럭키짱'의 연재 현황이다. 7일 40회차가 나온 상황에서 이미 70회차까지 마감이 끝났다는 의미다. 웹툰 주 1~2회 연재에 익숙한 누리꾼들은 "이게 실화냐"는 반응을 보이며 열광하고 있다.

'쇼미더 럭키짱'은 네이버 웹툰에서 수위권에 올라있다. 월~금요일 모두 1위에 오르기도 한다. 1990~2000년대 최고 인기 만화가로 "육체는 단명이고, 근성은 영원한 것"(신 마계대전 中)이라고 했던 김성모 작가의 '근성론'이 2020년대 웹툰 시대에도 먹히는 것이다.

'찐터뷰'의 1번 인터뷰이로 김성모 작가를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 '근성'을 본받아 '찐터뷰'를 이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경기 안양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근성의 신'으로 불리는 김 작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전사다…근성을 불태운다"
1993년 단편 '약속'으로 데뷔한 후 '럭키짱', '마계대전', '대털', '용주골' 등의 히트작을 내온 그는 언제나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거만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드린다는 말에 수줍게 웃으며 다음처럼 답했다.

"내가 지금 50대다. 20대 한창 잘 나가는 사람도 아니다. 30대도 아니다. 그래서 '살아 있다'고 알려야 한다. 살아 있으니 나를 봐달라는 거지."

누리꾼들이 경악하고 있는 작업 속도에 대해서는 "큰 게 아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반응했다. 김 작가는 "재미있는 만화를 빨리, 많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30년간 생각한 작가의 책무다. 우리 화실은 동시에 10개 타이틀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근성을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뜬금없이 "철이 덜들었다"고 밝혔다. 무슨 말이냐 물어보니 "히트작을 보면 저 작가의 전투력과 나를 비교한다. 나는 어떻게 나가야 할까 항상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작품은 다 나의 스승이고, 동시에 나의 적이다. 내가 뛰어넘겠다, 싸워보자 이런 개념을 갖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철이 너무 잘 든 게 아니냐 했더니 "나는 전사다. 그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럭키짱'의 주인공 강건마, '대털'의 주인공 교강용이 눈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 2% 능력이 부족하지만 치밀한 준비와 근성으로 끝내 승리하는 캐릭터다. 김 작가는 실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만든 캐릭터들이라고 했다. 이와 관해서는 더 묻지 않았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 했다.
'럭키짱'의 강건마(왼쪽)와 '대털'의 교강용. 모두 김성모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만든 캐릭터다.
MZ세대 가슴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근성론
'노력'이 '노오오오력'으로 희화화되는 시대.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시대. 그런데 MZ세대는 '김성모의 근성론'에 열광한다. 독자들은 김 작가를 아예 '근성의 신'으로 부른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 부분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안 그래도 큰 목소리가 방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 '김성모 근성론'에 왜 MZ세대가 열광할까.
▷"요즘 사람들도 안다. 노력을 해야 성공을 한다. 어느 시대가 되든 간에 그게 기본 공식이다. 노력을 하고 열정을 불태워야 성공을 한다. '열정을 왜 불태우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자기 마음 속에서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 젊은 세대가 내면에 숨기고 있는 근성에 불을 붙여주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 그런 것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정신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가. 정신을 건강하게 했을 때 파괴력은 엄청나다. 근성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나도 해보리라'와 같은 갈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근성에 대해 "내 몸이 하고 싶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라고 표현했다. 그에게 그동안 커리어를 이어오는 동안 쉰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없다"는 답이 나왔다. 그리고 "돈 벌어야지 하하하"라고 웃었다. 김 작가는 과거 1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렸고, 현재도 3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의 '근성'은 '책임감'과도 동격으로 느껴졌다.

-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활동을 쉬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다.
▷우리 화실은 모토가 만화를 그려가지고 끝까지 먹고 살자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살자. 이왕하는 거 히트치자.

- 처음부터 원래 그랬던 건가
▷"그렇다. 옛날부터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작가들이 고리타분한 작가주의를 말할 때 나는 '만화는 돈'이라고 했다. 돈 벌어야 오래간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돈이 있어야 그걸 밑천으로 좋은 작품이 나온다. 작가를 도와주는 스태프가 있어야 한다. 돈을 벌어야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작품도 좋아진다. 나를 '쓰레기 작가'라 한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 그 시대부터 살아남은 것은 나밖에 없다."
자기 패러디…"독자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한다"
이런 근성을 앞세운 김성모 작가도 웹툰 정복은 10년이 걸렸다. 첫 웹툰이었던 '돌아온 럭키짱'(2012~2018년)은 "시대에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2018년 완전히 새로운 그림체와 스토리의 '고교생활기록부'로 웹툰에 재도전했지만 이른바 '슬램덩크 트레이싱(tracing, 베끼기)' 논란이 일었다. 화실의 후배가 했던 트레이싱을 그가 걸러내지 못했다. "모든 게 내 불찰"이라며 연재를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돌아온 럭키짱'에 대해서는 "안일한 방심으로 기회를 놓쳤다"고 자평했다. 트레이싱 건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너무 쪽팔리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과거 멤버들을 모아 다시 웹툰에 도전하기로 했다. 2018년 트레이싱 사건 이후 자숙을 하고 있던 김성모 작가에게 박태준 작가(1984년생)가 같이 작업을 하자고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럭키짱' 세계관에 '힙합'과 '유머'를 접목시킨 '쇼미더 럭키짱'의 시작이었다.

'쇼미더 럭키짱'은 지난해 11월 1화가 나왔을 때 독자 평점 6점대에 불과했다. 전작들에 대한 '야유'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 법. 현재 평점은 9점대를 돌파한 지 오래다. 김성모 작가 특유의 진지한 세계관, 명대사들을 자기 패러디한 게 인기 비결이다. "여자가…말대꾸?!"와 같이 남성적 세계관을 비튼 대사는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잡았다.

'쇼미더 럭키짱' 콤비. 스토리의 박태준 작가(왼쪽), 그림의 김성모 작가./사진='침착맨' 유튜브 캡처

스토리를 김 작가와 15살 차이가 나는 MZ세대 박태준 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긴 게 특징이다. 자부심 강한 만화가가 내린 과감한 결단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용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왕' 조용필이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Hello'를 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게 오버랩됐다.

- 2012년 당시와 '웹툰'에 도전하는 자세는 어떻게 바뀌었나.
▷"남은 만화 인생을 건 모험이 됐다. 인생을 건 모험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 '쇼미더 럭키짱'은 국내를 대표하는 작가 입장에서 쉽지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독자들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바뀌고 변신해야 살아남는다."

- MZ세대인 박태준 작가와 작업은 어떤가.
▷"스토리와 그림은 전부 내가 사전 검토를 하고 있다. 박태준 작가의 작업에 제동을 건 적은 딱 한 두 번 있다. 태준이도 '자기가 볼 때 좀 이상하다'고 알아서 고치더라. 작업상의 의견토론 정도였다. 꽤 나이 차이가 나지만 우린 의외로 잘 맞는다. 박태준 작가는 천재다."

- 의외로 잘 맞는다? 처음에는 좀 우려를 했었나.
▷"나를 보면 후배들이 일단 경직된다. 그런데 태준이하고는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다. 태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내 만화의 광팬이었다. 진짜 놀랍다. 태준이가 스토리를 쓰는데 내가 쓴 거 같다. 그러니까 내 만화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감동이 밀려오더라."

- 전혀 어려움이 없는 거 같다.
▷"전혀 없다. 으하하하."
알고보면 유연한 남자…70대에도 근성이다?
'쇼미더 럭키짱'을 본 한 누리꾼은 "김성모가 박태준의 비브라늄 방패"라고 표현했다. 젊은 작가가 창의성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김성모 작가가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완고하고 확실한 작품 세계관을 가진 김성모 작가이기에 이번 변신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는 평가가 많다.
김성모 만화가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하지만 사실 김 작가는 강한 남성적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여러가지 장르에 도전하는 유연함을 보여왔다. 학원물(럭키짱), 범죄 액션(대털), 판타지(마계대전), SF(스타크래프트), 스포츠(스터프 166km) 등 안 한 장르가 없을 정도다. 이런 유연함과, 반드시 웹툰 분야에서 승리하겠다는 승부근성,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한다면 '김성모의 변신'은 뜻밖일 게 없다. 티셔츠 등 굿즈 판매에도 발빠르게 나섰고, 다음달부터는 화실 차원에서 유튜브도 시작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차례 "항상 안주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올해 또 다른 웹툰을 준비하고 있다. 변주를 준 '쇼미더 럭키짱'과 달리 진지한 액션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정통파 극화를 쓸 때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직접 조폭의 주먹과 칼을 맞아도 보고, 사채업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돈을 빌려도 보고, 진짜 '대도'를 접촉해 도둑질의 매커니즘을 알아도 보고, 실제 칼잡이를 만나 캐릭터를 만들기도 한다. 그의 근성 넘치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 작가는 "냉혹하고 냉철한 인간의 모습, 희망·좌절·분노 이런 걸 보여주는 게 내 특기"라며 "그런 정통파 극화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직접 언급했던 '외과의사 스토리'도 준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한 70세 먹어서 할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렇게 '근성의 신'은 70대의 작품활동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XX 마음에 안 드네" 母에 욕하는 금쪽이…오은영 "수위 높다"8일 연속 부부관계 요구하는 44세 아내…힘겨운 8살 연하 남편'설강화'서 간첩 접선지로 나온 성당 "드라마일 뿐…문제 없다""엄마 죽으면 난 뛰어내려"…이수진, 딸 제나 '니트족' 걱정 토로"배신 당해서"…남친 수면제 먹인 뒤 살해한 20대女
안양(경기)=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