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채권·부동산 다 비싸..거품 가라앉는 순간 올 것"

김정남 2022. 1. 7. 0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년 특별인터뷰]②
'월가 큰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회장
올해 인플레 이어지면 주가 더 오르겠지만..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가격, 꺼지는 순간 온다
미국 가격 거품..亞·유럽 투자 확대 검토중
한국 고용 확대, 정부가 직접 나서지 말아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주식, 채권, 부동산 모두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주가는 오르겠지요. 그러나 그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것입니다. 거품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요.”

월가의 거물 투자자로 꼽히는 피터 시프(58) 유로퍼시픽캐피탈 회장은 “올해 금융시장은 분별력 있는 정상화(some sanity returning)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해 금융시장 첫 거래일인 지난 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진행한 신년 화상 인터뷰에서다. 시프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인사다.

연방준비제도(Fed) 정례회의 같은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미국 시간에 맞춰 밤을 지새우는 ‘서학개미’가 급증하는 시대다. 해외 증시는 이제 새해를 여는 중요한 화두로 급부상한 셈이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주가는 계속 오를 수 있다”면서도 “그게 (당국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유로퍼시픽캐피털 제공)

시프 회장의 경고처럼 연준이 5일 예상을 깨고 조기 양적긴축(QT)을 시사하자,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를테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21.39% 급등했는데, 새해 들어 3거래일간 3.48% 오히려 떨어졌다. ‘역대급’ 시장 열기가 가라앉을 조짐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시프 회장은 특히 글로벌 부채 폭증 현상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위기를 막고자 빚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고, 이는 부채위기를 넘어 통화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방부채는 28조 4000억달러(약 3경 3985조원)가 넘는다. 심지어 미국 의회는 최근 부채 한도를 31조 4000억달러로 상향하는 안건까지 처리했다. 추가로 빚을 더 내겠다는 뜻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돈 풀기라는 평가다.

글로벌 돈풀기 정책, 위기 부른다

-미국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 연방부채가 거의 30조달러다. 과거와 비교해 특이한 건 경기 침체가 없었는데 빚을 많이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미국 연방부채 전년 대비 증가율은 21.14%로 1983년 2분기 22.23%, 2009년 2분기 21.6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다음 침체가 온다면 더 많은 부채를 져야 함을 뜻한다.

-연준 역시 초완화적이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확대됐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전년 대비 2조 4000억달러, 1조 7600억달러 추가로 불어나 현재 8조 76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어느 때보다 큰 어마어마한 숫자다.

-다음 위기는 부채에서 올까.

△위기가 걱정되지는 않는다. 물론 경제위기가 오면 고통스럽다. 그런데 큰 문제는 정부가 위기를 맞지 않기 위해 하는 일들이다. (돈을 풀어 위기를 면하는 정책은)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미루지 않고) 차라리 5년 전, 10년 전 위기를 맞는 게 좋았을 수 있다. 앞으로 부채위기는 (달러화가 타격받는) 통화위기까지 번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기업 생산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은 그 와중에 수요를 진작시키고자 빚을 내고 화폐를 찍었다.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나쁜 정책들의 결과다.

-올해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보나.

△추가로 악화할 것이다.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9%(지난해 11월 기준)다.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근래 물가 양상은 1970년대 초와 비슷하다. 1971년 말~1972년 초 물가가 3~4%대였는데, 1970년대 말 10% 이상 치솟았다. 우리는 추후 10년 인플레이션 시대(this inflationary decade)의 초입에 있다.

-올해 연준은 어떤 정책을 펼까.

△연준이 전보다 덜 완화적인 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이미 긴축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만큼 긴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2008년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강력한 긴축에 돌입하면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어려움에 처한 경제를 자극하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물가 상승률이 2% 아래일 때는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올해 한국 대선이 있는데, 미국처럼 재정 확대 공약이 많다.

△세계 대다수 정부가 비슷한 정책 실수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정부가 고용을 늘리려 하면 결국 경제에 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미 주가 급등은 높은 인플레의 산물

-올해 미국 증시는 어떻게 보나.

△지난해 연일 신고점 행진이었다. 밈 주식의 주가가 폭등했고,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이 기록적인 해를 보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주가는 올해 계속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열기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건 어렵다고 본다.

-시장은 지금 거품인가.

△그렇다.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사상 최고 수준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P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 수준이다. 2020년 말(22.8배)보다 낮지만 16~17배였던 예년보다 훨씬 높다.) 주식도 거품이고 채권도 거품(가격 상승·금리 하락)이다. 그런데 채권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 증시에 돈이 추가로 들어올 수는 있다. 근래 기술주 주가가 많이 오른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거품이다. 언제일지 장담은 어렵지만, 거품이 가라앉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다.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빅테크주는 어떻게 보나.

△비싼 수준이다. 채권을 잘 사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부풀려졌다. 기술주 주가가 급등하는 건 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계속 사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높다. (지난해 말 기준 IT 업종의 PER은 28배다.)

-미국 외에 투자 대안은 있나.

△투자자들이 훨씬 넓은 시장이 있다는 걸 무시하고 있다. 신흥시장, 심지어 유럽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투자 비중 확대 지역으로)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피터 시프 회장은…

△1963년 미국 코네티컷주 출생 △UC버클리대 졸업 △시어슨 리먼 브러더스 주식 브로커 △유로퍼시픽캐피털 설립(1996년) △유로퍼시픽뱅크 설립(2005년) △저서 ‘크래시 프루프(Crash Proof)’ 통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베스트셀러 작가 선정(2007년)

월가의 거물 투자자로 꼽히는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신년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날씨가 따뜻한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