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1) 역사가 된, 지금 그곳의 다채로운 서사
[경향신문]
사진은 언제 그 힘을 발휘할까? 촬영대상을 찍은 사진은 현실 기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될 수 있다. ‘반세기, 기록의 기억’에 게재될 사진들은 1971년에 촬영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 건물과 청계고가도로는 볼 수 없다. 방화로 전소되기 전 숭례문(남대문) 사진 등은 모두 반세기 전의 사진인데 과거 사진에 맞춰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구도로 2021년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50년 전 과거사진과 현재사진을 비교하면서 정치경제학적으로 변화된 우리의 사회상을 볼 수 있다. 1971년 사진들은 조성봉 선생이 셀수스협동조합에 무상 기증했고 2021년 사진들은 셀수스협동조합원들이 찍었다. 조성봉 선생이 자기 사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덕분에 사진의 기록이 기억되어 스토리가 되었다. 누군가 50년 후 미래에 과거 및 현재의 사진과 똑같은 공간에서 그 피사체를 찍는다면 100년 기록의 심장부를 관통하여 무상공유의 맥박을 힘차게 뛰게 할 것이다.
사진 등의 콘텐츠는 순전히 내 것이 없다. 앞서 간 사람들의 유산에 내 노력이 살짝 얹어져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콘텐츠는 모두의 것이다. 콘텐츠를 무상공유하자는 운동은 이념이 아니다. 내 휴대폰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이 누군가에는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에 돈 받지 말고 서로 주고받자는 ‘카피레프트 운동’은 일종의 에너지 절약, 자연보호 운동이다.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는 ‘저작권’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저작권리는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독점’ 대신 ‘공유’로 사회발전을 이루려는 카피레프트 운동은 ‘돈이 없는 사람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연재 기획 ‘반세기, 기록의 기억’은 조성봉 선생과 셀수스협동조합원들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정치영 교수(한국학 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 등 세 명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향신문에 실리는 과거·현재 사진들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누구나 비용 지불 없이 다운로드해서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반세기, 기록의 기억’ 사진들은 무상공유의 작은 불씨가 되어 ‘저작권 독점’이라는 낡은 세상을 무너뜨릴 것이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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