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수의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 재정의 지속 가능성, 삶의 지속 가능성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2022. 1.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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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2년 대통령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상황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여야 대통령 후보와 가족 관련 이슈만이 주목받는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도 모자라, 다소 황당한 이유로 아직까지 정책 경쟁과 토론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함께 선거를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우리는 언론에 의해서 전달된 다양한 정책 토론 현장을 통해 후보들이 말하는 정책의 내용과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다양한 정책들이 정부 국정과제 또는 국회 합의를 통해 어떻게 실현되고, 국민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경험한 바 있다. 앞선 두 번의 선거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양한 정책들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들을 위한 중요한 전환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위기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두 가지 상황은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알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불평등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코로나는 지난 2년 동안 저소득 취약계층과 불안정 노동자, 영세 소상공인 등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와 전환의 시간을 보내며 우리 사회 전반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상적 회복의 노력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환적 회복을 지향하는 정책 대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환적 회복 위한 정책 대안 절실

최근 인구가구 구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적 삶과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수준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어떠한 이유 때문이든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국가가 자신과 가족의 삶을 책임지고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을 지속하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기엔 아직 부족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재정 당국의 고집스러운 태도와 국가가 책임성 있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조정조차 못하는 청와대 및 국회의 무력한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실망하고 좌절할 뿐이다. 그동안 재정 당국이 선별적 정책을 중심으로 최소한으로 통제해온 결과,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의 복지지출 규모와 삶의 질 수준, 사회안전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직접 지원방식의 재정지출 확대 규모조차 OECD 국가 중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며 각자도생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를 보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만을 떠올릴 만큼 재정 당국에 길들여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정의 역할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적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어야 한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한 정책’이든,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정책’이든 대통령 선거 과정은 무엇보다도 국민들 앞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경연하는 정책 경쟁과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 삶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미래 비전과 다양한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화의 장이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와 정치권이 사람을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들, 국민들의 일상적 삶의 안정을 위해 재정을 기반으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정책들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정책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경제부총리는 전환과 변화의 시기인 2022년, ‘마지막 파수꾼’으로서 기재부의 소명의식과 ‘기재부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후보들 토론 통해 정책 경쟁해야

다행스럽게도, 정책 토론조차 거부했던 대선 후보가 내부의 혼란과 지지율의 변동으로 어떤 주제든 제한 없이 세 차례 법정 토론 이외에도 추가적인 정책 토론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이번 주말부터 당장이라도 합의를 통해 이미 후보들이 제안했던 정책, 특히 우선 최대한 신속한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보상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소득지원, 그리고 선제적 보상과 방역 체계의 병행을 위한 공공 의료체계 인력 확충 등 재정의 역할에 대해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 조치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소상공인,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감소되어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만큼 제대로 주목도 지원도 받지 못한 불안정 노동자의 무너진 일상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0조~100조원 규모로 후보들이 이야기했던 손실보상과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관련해서 더 이상 ‘대통령에 당선되면’이란 조건 없이 정책 경쟁을 위한 토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의 삶에 대해 고민한 정책과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비전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남은 60일 동안만이라도 치열하게 토론하며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고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책임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들어줄 소중한 기록들이 남겨질 것이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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