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2022. 1. 7.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굴튀김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굴을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지난주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굴로 요리를 하고 조금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굴튀김의 맛이 영 별로입니다. 냉동된 재료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일반적으로 냉동식품은 식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냉동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더 정확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됩니다.

물은 특이하게도 얼어서 고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합니다. 다른 물질들은 액체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이죠. 10% 정도 부피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등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파괴된 식재료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해동과정에서 내부의 수분과 함께 여러 맛성분 또한 밖으로 빠져나오니 좋은 맛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냉동식품을 멀리할 수도 없습니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고 사시사철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급속 냉동입니다. 냉동의 장점은 살리되 조직의 파괴는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버즈아이란 젊은 사업가는 잠시 알래스카에 머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의 이누이트족은 영하 40도 혹한의 날씨에 꽁꽁 언 생선을 장기 보관하면서 식량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버즈아이는 그 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품질이 너무 좋았던 것이죠. 냉동식품은 식감이 좋지 않다는 기존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급속한 냉동방식이 일반적인 냉동방식보다 식재료의 품질을 좋게 만드는 원인이라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관련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이 기술은 제너럴 푸드라는 기업에 이전되어 본격적인 상업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겨울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매우 규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과학에서 결정이라 부르는 것인데요, 액체에서 고체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하면서 만들어지는 특이한 모양을 의미합니다. 식재료에 포함된 수분도 얼게 되면 이처럼 결정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결정의 모양은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는 속도도 그중 하나인데요, 일반적으로 빨리 얼수록 결정의 크기가 작아지고, 천천히 얼수록 더 큰 결정이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급속 냉동의 장점은 바로 이와 관련이 있죠. 얼음 결정이 더 작아지니 세포 조직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일반적인 냉동법은 결정이 상대적으로 커서 조직의 파괴가 심한 편입니다.

산지에서 바로 급속 냉동한 굴 제품이 있다고 해서 얼른 구입했습니다. 신선한 굴을 구할 수 없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죠. 게다가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했다고 하니 제가 냉동한 굴보다는 그 품질을 더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