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유권자들은 정책에 목마르다

강인선 부국장 2022. 1.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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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가족 의혹에 지친 민심, 정책 토론에 관심 높아
후보 비전과 큰 그림.. 대통령다운 태도가 중요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연합뉴스

로널드 레이건은 소통의 대가였다. 연설도 토론도 훌륭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그가 대선에 뛰어들면서 미리 만들어두었던 선거전략이었다. 그는 참모들에게 집권하면 곧장 실시할 경제정책을 먼저 짜게 한 후 큰 그림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그 안엔 ‘소득세율 인하, 사회복지비용 감액, 국방비 증액, 규제철폐, 균형예산’ 등이 담겨 있었다. 대선 TV토론 때 그가 디테일을 모른다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미 발표된 정책의 틀을 보고 레이건의 미국이 어디로 갈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가 최근 기획한 대선후보 인터뷰 시리즈가 화제였다. 지난해 TV 예능프로가 대선 후보들의 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면, 이 기획은 경제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과 이해도를 점검해보는 기회였다. 세 명의 진행자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을 1시간30분 동안 인터뷰했다. 경제전문 TV답게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공매도, 부동산 세제 등을 다뤘다.

제한된 지면과 방송시간에 맞춰 정제된 편집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전통적인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의 세계엔 시간 제약이 없다. 인터뷰 동영상은 편집이 거의 없는 ‘날 것’이었다고 한다. 이 인터뷰에서 후보들의 정책 관련 주장이 실제로 정확한 지 여부는 따로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1시간 반을 앉아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디지털 컨텐츠는 컨텐츠만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시간 댓글이 달리면서 그 흐름 자체가 또 하나의 컨텐츠가 된다. 댓글팀을 동원하면 흐름을 원하는대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사 인터뷰가 부실하다 해도 ‘좋아요’와 응원 댓글이 넘치면 좋은 반응을 얻은 인터뷰라는 식으로 다른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정책 관련 이슈는 지루하다는 통념과 달리 수백만명이 이 인터뷰 시리즈를 봤다는 점이다. 요즘 대선 관련 보도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가족 관련 의혹과 문제, 그리고 야권 내부의 갈등에 집중돼 있다. 이런 정책 유튜브의 성공은 유권자들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처럼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에 목말라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는 집요하게 토론을 제안해왔고 윤 후보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토론을 회피한다’는 프레임으로 윤 후보를 몰아붙여 결국 “토론에 적극 나서겠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말 잘한다’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정치 입문이 반년도 안돼 아직 정치 언어에 서툰 윤 후보를 토론의 장으로 자주 끌어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일 것이다.

대선후보 토론은 후보들이 링에 올라가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싸우는 격투기이기도 하고, 전국민이 들여다보는 가운데 대통령 자질을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대선후보들은 토론을 앞두고 코치들과 합숙훈련을 한다. 여기서 경쟁자와 비슷한 성향의 대역과 함께 모의 대결을 해보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도발에 어떻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느냐라고 한다. 국민들은 후보들이 정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와 함께 태도가 얼마나 대통령다운가도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의 비전이다. 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 말 실수나 토론 한판에 일희일비 할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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