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1.5배속 vs 0.75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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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시간만 더 보고 내일 봐야지 하다가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한 회만 더, 한 회만 더’를 하다 보면 드라마는 어느새 마지막 회다. 그래도 보지 못한 드라마들이 아른거려 종료 버튼을 쉬이 누르지 못한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라고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만들어낸 세상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볼 것이 넘쳐난다.
드라마 전(全) 회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OTT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속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겐 최적의 ‘몰아 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주 한두 편씩 두세 달이 걸려야 이야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종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면 ‘혹시 이런 것도 좋아할 것 같은데’ 하면서 다른 드라마를 연이어 추천해준다. 사라지지 않는 좀비같이, 감동이 가라앉기 전에 등장하는 추천 드라마는 이어 보기를 권하는 참으로 얄궂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달을 소재로 한 ‘고요의 바다’를 보고 나면 혜성을 소재로 한 ‘돈룩업’을 보겠냐 하고, ‘그해 우리는’을 보고 나면 98% 일치한다며 ‘사랑의 불시착’을 추천해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드라마들은 슬기로운 ‘집콕’ 생활에 유용하긴 하지만 공급 과잉을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니 이 또한 곤혹스럽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재생 속도 조절 기능이다. 보통 네다섯 단계로 조작이 가능한 이 기능은 실시간 방송이 아니라면 어떤 콘텐츠에도 적용된다. 속독법을 익힌 것처럼 1.5배속으로 보면 60분 드라마를 40분에 돌파할 수 있으니 ‘빠르게, 많이’라는 면에서 만족감은 꽤나 쏠쏠하다. 드라마를 천천히 즐기고 싶거나 능숙하진 않지만 원어 그대로 보고 싶을 땐 0.75배속 정도도 좋다. 시청자와 속도를 맞춘 드라마는 숨겨져 있던 재미와 감동을 슬그머니 내놓기도 한다. 그 순간, 드라마의 제 속도를 찾았다는 기쁨에 ‘그래 진행이 너무 느렸어’ ‘이제야 뭔 말인지 알겠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그럴까. 드라마 재생 속도를 맞출 때마다 내 삶의 속도는 어떠한지 묻곤 한다. 사람마다 자기 속도가 있어 누구는 느리고 누구는 빠르지만, 어차피 삶이란 백인 백색이니 그 다름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속도다. 스스로의 속도도 모르는 채 세상의 속도만을 따라가려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2022년에는 나의 속도를 찾아 내 삶에 몰입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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