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3] 중국 공산당의 ‘금과옥조’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2. 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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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은 금이라서 금 대접 받는다. 이는 세계 어느 지역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옥(玉)을 향한 중국인의 집착은 참 별나다. 그저 값어치로 따지면 금에 못 미칠지 몰라도, 문화적 함의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자 세계의 금옥(金玉)은 ‘가장 귀중한 그 무엇’이다. 사랑스러운 제 아이들을 지칭하는 성어는 금지옥엽(金枝玉葉)이다. 황금 가지와 옥 잎사귀라는 뜻이다. 본래는 왕실 자식들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일러스트=김성규

금과 옥을 병렬하는 중국 성어는 풍부하다. 금옥만당(金玉滿堂)은 보물이 가득한 집을 지칭한다. 때론 훌륭한 신하를 많이 거느린 군주를 형용키도 한다. 빼어난 아이들을 일컫는 금동옥녀(金童玉女)도 같은 맥락이다.

‘세상의 넘버원’이라는 속뜻을 지녔으니 금과 옥은 정치 권력과 잘 이어진다. 금구옥언(金口玉言)이라는 성어는 ‘부처님 말씀’을 뜻했다가 ‘임금의 발언’으로 정착한다. 따라서 ‘고치거나 손댈 수 없는 방침’이라는 권력의 외피를 두른다.

금과옥조(金科玉條)도 그렇다. 요즘의 중국은 금과옥률(金科玉律)이라는 표현을 더 잘 쓴다. ‘과(科)’ ‘조(條) ‘율(律)’은 다 법 조항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가장 귀중한 법,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큰 원칙’ 등의 뜻이다.

몸집이 거대한 중국은 국정의 큰 지향을 잘 강조한다. ‘중심’을 설정해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려는 구조다. 따라서 ‘금과옥조’를 잘 표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 공산당은 최고 권력자의 연임, 그를 위해 만든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울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이 근래 맞이한 현실과 잘 맞아야 그 나름대로 ‘금옥’이다. 그냥 교조(敎條)로 흐르면 큰 낭패다. 명(明)대 문인은 속이 썩은 감귤을 이렇게 표현했다. “겉은 금옥이나, 안쪽은 문드러진 솜뭉치(金玉其外, 敗絮其中).” 중국이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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