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작심삼일의 철학

2022. 1. 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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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결심을 했을 것이다.

담배나 음식의 유혹을 잘 이겨 나가는 분도 계실 것이고, 작심삼일이 된 분도 계실 것이다.

결심을 못 지키는 것은 철학에서 고대 그리스 때부터 중요한 주제인데 '아크라시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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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결심을 했을 것이다. 가장 흔한 결심은 금연과 다이어트다. 담배나 음식의 유혹을 잘 이겨 나가는 분도 계실 것이고, 작심삼일이 된 분도 계실 것이다. 결심을 못 지키는 것은 철학에서 고대 그리스 때부터 중요한 주제인데 ‘아크라시아’가 그것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크라시아’는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에서 나왔고 ‘아’는 없다는 뜻이니, ‘아크라시아’는 무엇인가를 지배할 힘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은 자제력 없음 또는 의지박약을 뜻한다.

이 아크라시아를 두고 위대한 두 철학자의 견해가 달랐다. 먼저 소크라테스는 아크라시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사람이 올바르게 파악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제력 없는 행위를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예컨대 담배를 피워서 몸을 상하게 하는 고통보다 지금 당장 담배를 피워서 생기는 쾌락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작심삼일하는 사람이 비난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자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생각에 반대한다. 유혹에 참지 못하고 담뱃불을 다시 붙이는 사람은 흡연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성이 욕망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다고 보겠지만, 그는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하는 습관을 쌓지 못하면 자제력을 잃고 만다고 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안다’라는 말을 둘러싼 논쟁인 것 같다. ‘자전거 타는 법’이라는 책을 읽으면 자전거 타는 법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 탈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만 있어도 안다고 생각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익혀야 안다고 보는 것 같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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