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신입 소방관까지... 불길 뛰어든 3인,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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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이어 또 물류창고 참사
잔불 끄러 들어갔다가… 갑자기 펑
구조물 무너져 못빠져나와
6일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에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작년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사고가 7개월 만에 재연된 것이다. 이번 사고도 작년 사고처럼 잦아든 불길이 갑자기 확산하면서 소방관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2분과 12시 41분에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마스턴투자운용의 ‘팸스 평택캠프’ 물류창고 공사 화재 현장 2층에서 이형석(51) 소방경, 박수동(32) 소방장, 조우찬(26) 소방교 등 3명이 쓰러져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조 소방교는 작년 5월 임용됐다. 이들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다른 동료 2명은 앞서 현장을 탈출했으나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송탄소방서 119 구조대 3팀인 이 소방경 등 5명은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을 위해 오전 9시 8분 쯤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9시 30분쯤 연락이 두절돼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은 30~50분간 사용할 수 있는 산소통 등 개인 장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순직한 3명은 연기가 가득 찬 현장에서 갑자기 불길이 번지고 구조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번 불은 전날인 5일 오후 11시 46분쯤 건물 1층에서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에 지상 7층, 지하 1층(연면적 19만9762㎡) 대형 건물이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14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6일 오전 7시 10분에는 큰 불길을 잡았다고 판단해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작업자 5명도 모두 대피했다. 그러나 불길이 갑자기 다시 번지는 바람에 오전 9시 21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순직한 소방대원들은 오전 9시 8분쯤 혹시라도 건물 내부에 남아있을 작업자를 수색하고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연락이 두절됐고, 3시간여 만에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최초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층에서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을 하다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건물 내부에는 산소용접 작업 등을 위한 산소통 및 LPG통, 가연성 물질인 보온재가 다량으로 있었다”고 했다. 건물 1층부터 4층까지 벽면의 마감재로 쓰인 ‘우레탄폼’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이유가 됐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소방 당국은 6일 오후 7시 19분쯤 약 19시간 만에 불을 완전히 진화하고, 잔불 감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한 현장이 신축 공사 중인 창고여서 진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신축 공사장은 건물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 완공된 건물보다 위험 요소가 많다”며 “소화 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불을 끄기에 더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이 숨진 경위는 작년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비슷하다. 작년 6월 17일 오전 5시 35분쯤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20여 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지만, 불길이 누그러지자 경보를 해제했다. 이후 오전 11시 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고, 건물 내부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도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대피했다. 그러나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52) 구조대장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틀 뒤 불길이 완전히 잡힌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에서는 약 1년 전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12월 20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 현장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부실 시공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평택시는 이번 화재와 관련,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밤샘 공사 지시와 공사 중 부주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경찰에 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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