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까스로 갈등 봉합한 국민의힘, 공당다운 모습 보여야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준석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이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막판 의총 참석을 계기로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온종일 내홍에 시달렸다. 윤 후보가 이 대표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영세 사무총장 등 당직자 임명을 강행하고,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이 대표는 버티기로 맞섰고, 의원들도 이 대표 거취를 두고 입장이 갈리면서 분란은 계속됐다. 오후 늦게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원팀’을 선언하며 롤러코스터 같던 하루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날 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등 쇄신 선언은 빛이 바랬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의총장을 찾아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 했고, 이 대표도 “세 번째 도망가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경기 평택의 순직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두 사람이 일단 ‘극적 봉합’의 그림을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갈등이 재연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대선 전략과 당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에 찬성하는 사람은 모두 모이라는 ‘반문(반문재인) 빅 텐트’ 전략을 내세우는 반면, 이 대표는 20~30대 지지세를 확장하고 60대 이상 기존 지지층까지 묶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40~50대를 포위하겠다는 ‘세대 포위론’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윤 후보는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에 휘말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 후보는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자 여과없이 불만을 드러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동안 제1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짜증과 불쾌감만 안긴 것이 사실이다.
큰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당 내부에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대선 후보와 당대표가 서로 등을 돌리고 총질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정당의 제1목적은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대선을 앞두고 난맥상을 보인다면 정당의 존재 목적에 반하는 일이 된다. 국민의힘은 질서있고 책임있는 모습으로 제1야당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 입으로는 ‘변화와 단결’(6일 의총 주제)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내부 쟁투나 벌인다면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는가. ‘닥치고 정권교체’만 외쳐서는 주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국가경영의 비전과 정책을 다듬어 내놓아야 한다. 낯부끄러운 권력투쟁이 재연될 경우 회복 불능의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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