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진통, 왜 커졌나 "기업-주주간 이해상충"..제도개편은 '신중'
거래소 "상장실질심사 시 주주소통 부문 면밀히 보겠다"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황두현 기자 = #.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세계 1위인 LG화학에 쌈지돈을 모아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어느날 LG화학이 핵심 사업분야인 배터리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혔고 곧이어 상장을 추진했다. 지난해 1월 100만원까지 넘겼던 LG화학의 주가는 1년이 지난 후 물적분할로 신설한 배터리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69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단군이래 최대 IPO(기업공개)'라는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앞두고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는 기업의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 보호방안과 제도개선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주최로 학계, 정부가 모여 토론을 벌였다.
이 의원은 물적분할에 대해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을 강화하는 한편, 모회사 주식에 투자해온 소액주주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는 물적분할에 대해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사이에 '지배권 vs 배당권'으로 이해상충이 발생한다고 봤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물적분할을 놓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신의성실의 의무(Fiduciary Duty)'에 대한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물적분할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핵심사업부문을 떼어 내는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데, 이같은 문제를 피하려면 증자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대교수는 "예를들어 모회사 지분이 33, 소액주주 지분이 66%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회사가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로 떼 내면 신설회사의 지배구조는 지배주주 100%, 소액주주 0%가 된다"면서 "주주의 비례적이익 보호의무(SIS)를 강화해야 하며 관련 입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우 의원은 Δ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Δ신설 자회사 기업공개시 공모 과정에서 주식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하여 우선 배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신설 법인에 대한 신주우선매수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며 주식매수청구권과 비례우선배정은 각각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엽회 규정(증권인수업무등에 관한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피해를 즉각 구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학계가 지적한대로 물적분할 대신 '증자'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과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것인지 좀 더 따져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상무)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5년간 투자자금 25조가 필요하며 SK온(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신설법인)도 16조원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만약 앞서 언급한대로 이 자금을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하면 늘어난 주식수 만큼 주가가 폭락할 것이며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아 국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송 상무는 "물적분할을 결정할 때 기업이 주주와 얼마나 소통을 했느냐 하는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해외 선진국도 분할 시 주주와 소통을 매우 강조한다"면서 "상장심사를 할 때 이런 부분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며 기업이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주주와의 소통 노력을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현행 제도가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하지만 규제 시각에서 투자자 이익보호를 위한 특정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며, 결국 주주와 기업의 충분한 소통에 기반한 의사결정에 관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서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등 물적분할회사 소액주주 대표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대표는 "SK온 분할결정 이후 주가는 3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하락했다. SK온의 상장을 결사반대한다"면서 "만약 상장을 강행하겠거든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적정비율(50%)로 신주를 배당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화학 소액주주 대표 역시 "물적분할을 하면 모회사 주식은 가치가 하락하고, 신주는 공모주 청약을 통해 몇주밖에 손에 넣지 못한다"면서 "기존 주주에 대한 존중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다못해 추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신설회사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라도 주는 것이 경영진의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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