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또 도망가면 당대표 사퇴하겠다'는 말에 이준석 끌어 안았다

양범수 기자 2022. 1. 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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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세 번째로 도망가면 당대표직 사퇴"
李 발언 들으면서 의총장 들어선 윤석열
"지난 일은 다 털자, 힘 합쳐 대선 승리"
초선 의원 "이 대표 '사퇴 발언'으로 사라졌던 믿음 생겨"

‘당대표 퇴진’까지 불거진 국민의힘 내홍이 윤석열 대선 후보가 나서며 극적 화합으로 봉합된 가운데, 이준석 대표의 “세 번째로 도망가면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이 갈등 해소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의원총회 장소를 찾았을 때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을 하고 있었고, 이를 들은 윤 후보가 “지난 일은 다 털자, 잊어버리자”면서 “힘을 합쳐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했다는 것이다.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가 비공개 회의 도중 의원들 앞에서 해당 발언을 하는 가운데 회의장에 들어섰다. 당시 의원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대표의 ‘사퇴’를 건 약속과 때마침 들어 온 윤 후보를 보면서 이 대표에 대한 의구심을 거뒀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공개발언 당시 ‘젊은 당대표를 용서해달라’는 투로 말을 하거나,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던 ‘연습문제’라는 표현에 대해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개발언에서 마저 우리를 젊은 당대표와 나이 든 의원들로 갈라치려는 것이냐며 반응이 안 좋았다”면서 “하지만 이 대표가 한 번 더 나가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사라졌던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도 “이 대표가 ‘한 번 더 그러면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 윤 후보가 들어왔다”면서 “이 대표의 해당 발언에 박수가 나오긴 했지만, 윤 후보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크게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윤 후보가 단상에 올라 ‘지난 일은 다 털자, 오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라며 ‘저와 이준석 대표 그리고 의원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했다”고 전했다.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이 대표와 윤 후보는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과 함께 약 20분간 회의를 한 뒤, 회의를 공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 사이에서 “실상 변한 것은 없는데 화합이 됐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걸 다 따져가면 어떻게 화해를 하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어 이 대표가 연단에 올라 “이제 저 혼자 꽁꽁 싸매고 고민하지 않겠다. 제가 보는 것들, 놓친 것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같이 고민해줬으면 하는 것이 오늘의 결론”이라며 “(선거대책본부가 있는) 당사 한 켠에 간이 침대를 놔달라. 당원의 하나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뛰겠다”는 취지로 약 6분간 발언을 했는데 모두 7번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앞서 의원총회에서 했던 28분의 공개발언에서는 단 한 차례의 작은 박수만 받았다.

이 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의원들도 이 대표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제 다 잊어버리자. 오로지 대선과 6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나라가 정상화 돼 국민께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당의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 다 함께 뛰자”고 했다.

윤 후보는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극적인 화해의 계기’를 묻는 말에 “화해랄 것은 없다. 원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냐. 저희는 피같은 당원”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지금까지는 각자의 위치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이제 그 접점이 마련된 것 같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후보와 신뢰를 구축하겠다. 그동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사과드리고,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웃으며 “제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냐”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사의를 표명했던 김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에 대한 재신임 안건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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