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또다시 소방관 비극..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사그라들던 불길 재확산.. 덕평물류센터 사고 재현
"인명 수색 위해 현장 투입"..동료 소방관 '망연자실'
이재명·윤석열 등 대선후보, 희생자 추모..위로 전해
이처럼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49명에 이른다. 이 중 13명이(26.5%)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이다.
◆ 임용 9개월차 ‘막내 소방관’도 순직…‘사그라들던 불길 재확산’ 쿠팡물류센터 화재 닮아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2분쯤 평택시 청북읍의 한 신축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7층짜리 건물 2층에 쓰러져 있던 50대 구조팀장 등 소방관 2명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수색팀이 찾아냈다. 함께 실종된 나머지 1명도 낮 12시41분쯤 멀지 않은 곳에서 역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진화와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된 이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개인 장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산소통의 용량은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건물 안이 연기에 휩싸였고,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전날인 5일 오후 11시46분쯤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이날 오전 6시32분쯤 큰불을 잡고, 오전 7시10분 대응단계를 해제했다. 하지만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확산했고, 결국 오전 9시21분에 인접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숨진 소방관들은 진화작업 중 불이 급격히 재확산하면서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는 연면적 19만9762㎡인 냉동창고 건물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층에서 작업하던 인부 5명은 불이 난 직후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다.
◆ “혹여나 있을 인명 수색 위해 현장 투입”…동료 소방관 ‘망연자실’
이날 오후 들어 화재 현장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소방관 순직 소식에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에 투입된 A(51) 소방위 등 소방대원 3명은 낮 12시22분 이후 건물 2층에서 심정지 상태로 잇달아 발견됐다. 이들은 평택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에서 근무하는 동료 사이로 확인됐다.
팀장인 A 소방위는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1994년부터 일해온 베테랑이다. 또 다른 대원인 B(32) 소방교는 2016년 2월, 막내인 C(26) 소방사는 지난해 5월 각각 임용됐다. 고공 살수차 등을 이용해 진화해 집중했던 소방대원들은 동료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눈물을 닦아냈다.
참변은 이들이 투입된 지점의 바로 아래층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재발화하면서 발생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커지고 구조물 일부가 붕괴하는 돌발상황이 빚어졌다. 현장 대원들은 “혹여나 있을 인명을 수색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전문가·동료 “화재진압 매뉴얼 등 재정비해야”…오는 8일 경기도장으로 엄수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소방대원을 투입하기 전 내부의 위험 요소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진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인세진 우송대 교수(소방방재학)도 “소방관들은 여론이나 유족을 의식한 무리한 진압 활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화재진압 매뉴얼과 안전수칙을 법이나 조례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소방공무원의 안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재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소방관님들의 무사 귀환만을 기원했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평택=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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