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소방관 3명 순직

최인진·김태희·정대연 기자 2022. 1. 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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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가슴이 멘다" 애도

[경향신문]

내 동료들이…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6일 진화작업을 벌이던 한 소방관이 힘에 겨운 듯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현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다.

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2분쯤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2층에서 쓰러져 있는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 소방위(50), 박수동 소방교(31), 조우찬 소방사(25) 등 3명을 소방재난본부 대원수색팀이 찾아냈다. 발견 당시 이들은 숨진 상태였다.

화재는 지난 5일 오후 11시46분쯤 평택시 청북읍 소재 지상 7층~지하 1층 연면적 19만9762㎡ 규모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7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7시12분쯤 큰불을 잡았지만, 불길이 다시 커지자 2시간여 뒤인 오전 9시41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

인근 주민 A씨는 “오전 7시30분쯤에는 불길이 잡히는가 싶더니 9시쯤 갑자기 불이 커졌다”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1층에서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에는 산소용접 작업 등을 위한 산소통 및 LPG통, 가연성 물질인 보온재가 다량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변은 소방대원들이 잔불 진화 및 인명 수색 등을 위해 투입된 2층 바로 아래에서 재발화하면서 발생했다. 폭발 물질과 불에 약한 물질이 많은 탓에 화염이 급격히 일어났고, 많은 양의 짙은 연기가 발생해 구조물 일부도 붕괴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화재는 처음 1층에서 시작됐지만 불길과 연기는 2층에서 더 거셌다. 이로 인해 5명이 현장에 고립됐고 2명은 탈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의 경우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이다 보니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이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개인안전장구를 착용했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갑작스럽게 고립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년간 뭐했나…또 목숨 앗아간 ‘물류창고 화재’

고가차로 진화 경기 평택시 한 냉동창고 신축현장에서 6일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진압 5명 중 2명만 탈출
‘인명수색’ 2층서 재점화 참변
지난해 이천 쿠팡 화재 닮은꼴
매번 예방책 나와도 근절 안돼

이번 사고 현장은 1년여 전인 2020년 12월20일 자동차 진입 램프의 5층 천장 콘크리트 상판 붕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면서 이듬해 1월26일까지 한 달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애초 계획된 공사기간보다 한 달가량 손실을 본 상태였으나 건축주나 시공사는 평택시에 별도의 준공 예정일 변경 신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숨진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흡사하다. 지난해 6월17일 오전 5시35분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장비 60여대와 인력 150여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은 오전 8시20분쯤 다소 기세가 누그러졌고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 작업을 하면서 앞서 발령한 경보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고, 건물 내부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도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야외로 대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당시 52세)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틀 뒤 불길이 완전히 잡힌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불길이 재확산한 이유는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번 평택 냉동창고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앞선 사례와 같이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공사는 물론 정부도 안전사고 예방 소홀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직한 3명의 소방관을 애도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평택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 중 실종됐던 소방관들의 순직 소식을 듣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이다 순직하신 소방관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날 순직자들에 대해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순직자들의 영결식은 오는 8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되며,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최인진·김태희·정대연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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