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철책이 뚫리다니..

2022. 1. 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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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기습이다! 도망치지 마라!'

미국 역사상 가장 참혹했다는 남북전쟁 당시, 대니얼 하비 힐 남부 동맹군 장군은 '적에게 기습을 당하는 모든 장병은 죽어 마땅하다'라는 섬뜩한 말을 남겼습니다. 경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전 세계 군대의 야전교범에 녹아있죠.

우리 군도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라고 교육하는데, 그런데 동부전선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22사단 철책이 새해 벽두에 또 뚫렸습니다.

재작년 같은 지역을 통해 남으로 왔던 '점프 귀순' 탈북민이 또 철책을 뛰어넘어 북으로 갔죠. 물론 군의 하소연이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육상과 해안 경계를 동시 맡고 있는 22사단의 책임 구역은 100㎞로, 다른 GOP사단의 3배쯤 되거든요.

하지만 사건 당시 22사단의 대응을 들여다보면 기강이 무너진 우리 군의 민낯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탈북민이 철책을 넘을 때 경고음이 울리고 6분 뒤 현장에 출동한 조치반은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 이상이 없다며 철수했고, CCTV 시계가 고장 나 엉뚱한 화면을 돌려봤으며, 탈북민이 철책을 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 석 대에 5차례나 포착됐음에도, 대대장이 특이상황을 인지한 건 약 3시간이 지나서였으니까요.

노크귀순, 헤엄귀순 등에 장비 탓을 해온 군에 첨단 과학 장비를 설치했는데도 말이지요.

'철책 주변의 족적과 철책 상단 윤형(바퀴 모양) 철조망에 남아 있던 흰색 깃털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철책 및 주변 확인이 미흡하였습니다.'

중국 전국시대 군사전략가인 오기는 오자병법에서 '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인과 조건은 오로지 군을 잘 다스리는 데 있다.'라고 했습니다.

엄정한 기강, 부단한 훈련으로 완벽한 국방태세를 갖추겠다는 우리 군의 약속은 늘상 식언이 되곤 했죠. 전쟁 승리 못지않게 중요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군이 환골탈태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철책이 뚫리다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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