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쇄신안 상정 거부한 이준석..'청년 꼰대' 나가라는 국힘의원들

이희수,김보담,정주원 2022. 1. 6. 20: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철규 부총장 선임안 놓고
尹, 이준석 반대에도 강행
"몽니만 부려" "청년 꼰대"
의총서 李대표 성토 이어져
사퇴 촉구하며 최후통첩
李, 30분간 공개연설 나서
"이대론 젊은층 지지 못받아"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 이준석 당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당 내홍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이 대표는 사퇴 결의 전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던 비공개 의원총회 요구에도 '공개 회의'를 역제안하며 갈등을 빚다가 뒤늦게 참석해 "싸우자는 의도는 1도 없고, 대선 승리를 위해 많은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 尹 첫 쇄신 인선 거부한 李

상황은 급박하게 흘렀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쇄신 후속 인선안에 '상정 거부'를 한 것이 결정타였다. 쟁점은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인선이었다. 이 대표는 이 부총장 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사무총장과 함께 인사·재정 등 당 사무를 관장하는 선거 국면의 핵심 요직이고, 전임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려온 윤한홍 의원이었다. 결국 윤 후보가 당무우선권으로 이 부총장의 임명을 강행했는데, 이 대표는 "정치적 상황이라고 본다"면서 반대 뜻을 거듭 밝혔다.

최고위에 참석한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당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후보나 주변에선 어떻게 선거를 잘 이끌어갈지 기준에서 (이 부총장을) 임명하게 됐는데, 이 대표는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윤 후보는 이 부총장 외에도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에 4선 권영세 의원,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에 3선 윤재옥 의원, 정책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을 임명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지하철 출근길 인사' 일정을 이날 윤 후보가 깜짝 소화하면서 한때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이 대표는 "관심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윤 후보는 오전 8시 7분부터 40여 분 동안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이 일정은 전날 밤 윤 후보가 전격 결정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전날 권영세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한 '연습 문제'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초 강북 주거 밀집지역 지하철역에 미리 준비한 복장 차림까지 기획해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나 홀로 거리 유세 소식에 "연락받은 바 없다"며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의원총회는 이준석 성토장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번지자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돼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이 대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윤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한 뒤 자리를 떴고 이후 비공개 석상에서 수위 높은 발언이 터져나왔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제 당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할 때가 됐다"고 말하자 참석한 의원들도 박수로 동의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 내용이 담긴 결의문이 작성돼 추인 여부가 논의됐다. 결의는 당헌·당규상 대표 탄핵 제도가 없어서 강제력 없는 요구에 불과하다. 다만 당내 갈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대표 권한을 무력화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어제오늘 당대표의 언행을 보면 대표직 수행이 어렵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메시지는 전혀 없고 몽니만 부린다"고 비판했다. 송석준 의원은 취재진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 대표는 '찌질이' 청년 꼰대가 되지 마라"며 "선대본 쇄신안에 모든 의원이 힘을 실어주는데 당대표가 국민 뜻에 반하는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태경 의원 등 일부는 이 대표 사퇴 결의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 李 "젊은 세대 지지 안고 갈 것"

이 대표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로 의원총회에 참석해 30분간 공개 연설을 했다. 그는 "현재 10%포인트 차로 뒤지는 여론조사를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당장 윤 후보부터 당대표인 저까지 책임 있는 당직자라면 안 좋은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가 지난 2주 동안 선대위에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는 많은 젊은 세대가 아직도 우리 당에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들과 함께 가려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2주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지금 본질은 이준석의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젊은 세대가 우리 당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만약 오늘 의총에서 의원들이 (선대본)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대선 승리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젊은 층 지지는 절대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앞선 '연습 문제' 표현에 대한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용어를 쓴 것인데 불편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연설 후엔 다시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면전 비판을 이어갔다. 김정재 의원은 "반드시 대표 생각만 옳은 게 아니다"고 했으며, 임이자 의원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방송과 페이스북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선대본의 청년보좌역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전날 또 다른 청년 행사에서 불거졌던 '스피커폰 참석' 논란에 조건 없이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약속했다.

[이희수 기자 / 김보담 기자 / 정주원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