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준" "청년꼰대"..국힘서 '이준석 비토' 여론 폭발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이은정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선대위 이탈 후 윤석열 대선 후보와 건건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내에선 윤 후보의 추락하는 지지율에 당 대표로서 이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모여 온종일 '이준석 성토대회'를 열었다.
의원들의 불만은 이 대표가 선대위 이탈 후 윤 후보와 선대위를 향해 '내부 총질'에만 몰두하면서 당 내홍이 격화됐다는 데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이 대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를 겨냥해 "사이코패스", "양아치", "찌질이 대표", "청년 꼰대" 등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당에서 공지한 이 날 의총 주제는 역설적으로 '변화와 단결'이었다.
'이준석 사퇴 결의안'은 불발됐지만…거센 비난 빗발쳐
이날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은 이 대표 언행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당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송언석 의원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거론하며 자진 탈당한 뒤 의혹을 해소하고서 복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어진 오후 의총에서 송석준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제발 '조어준'(조국+김어준)이 되지 말라"며 "방송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후보에 해를 끼치는 글과 발언을 하지 말라. 찌질이 청년 꼰대가 되지 말라"고 요청했다.
박수영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사이코패스 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 당 대표란 사람이 (선거를) 도운 게 뭐가 있나"라며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는 무기명 투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젊은 이대남(20대 남자)·이대녀(20대 여자)가 갈등을 고쳐가는 과정인데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이십대 남자'로 칭하고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당 대표를 탄핵할 법적 절차가 없어도 '정치적 사망'이라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당 내홍을 명문화하는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의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이 대표가 지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윤영석 의원은 "당 대표 없이 결의하는 것에는…국민들께 이견이 노출되더라도 마지막에 의총장을 나갈 땐 같이 손잡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나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헌승 의원은 "우리 당이 자당 대통령을 탄핵해서 망했는데, 자당 대표를 탄핵하자고 하면 또 망한다"고 우려했다.
李 '30분 연설'에도…의원들, 면전 비판
이 대표는 오후 5시 20분께 의총장에 들어서 30분가량 연설했다.
특히 '연습문제' 발언과 관련해 "그 표현이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지만, 곧바로 의원석에서 '불편합니다'(김정재 의원)라는 외침이 되돌아왔다.
이날 이 대표와 의원들 간 갈등이 폭발하기까지 이 대표의 선대위 이탈 후 누적된 언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미 선대위 출범 직전 한 차례 당무 중단을 선언하고 전국을 유랑했던 터라, 이 대표의 '2차 이탈'을 놓곤 당내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가 선대위 사퇴 후에도 언론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윤 후보와 선대위를 저격하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하면서 윤 후보는 물론 당내 의원들과의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전날 이 대표가 권영세 신임 사무총장에게 던진 '연습문제'는 임계치에 도달한 당내 불만을 들끓게 했다.
이날 의총에서 김태흠 의원은 이 대표의 '연습문제' 발언에 대해 "오만방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와의 갈등 봉합에 조건을 거는 듯한 이 대표의 모습에 다수 의원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지하철 여의도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며 이 대표의 연습문제를 푸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곧바로 열린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윤 후보의 당직 인선에 비토를 놓으면서 연이은 의총도 '이준석 비토' 분위기로 흘렀다.
파국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날 선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분위기다.
이 대표의 30분가량 연설 직후 비공개로 계속되는 의총에서도 의원들은 이 대표 면전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긴 연설 중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이자 의원은 "영혼이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 당원들이 뭐 때문에 가슴 아프고 힘들어하는지는 빠졌다"고 일침을 놨다.
김성원 의원은 "전국에 걸린 플래카드에 '깊이 반성하겠다'고 돼 있다. 이 대표님,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가 오늘 나와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와 당 전체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태용 의원은 "이 대표는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 리더"라고 추켜세우면서 "이 대표에게 큰별의 순간은 대선 승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 온다. 오늘은 결연히 새로운 시작으로 하나가 된 메시지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이 대표를 강제로 '탄핵'할 구속력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의 불신임이 공개 분출된 이상,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에서 당 대표 사퇴촉구 결의안이 결국 통과되지 않은 것과 관련, "한 번 더 일탈의 언행을 할 때는 대표 사퇴를 촉구하겠다는 최후통첩식 경고장을 날리는 한편, 당 내홍을 수습하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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