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비상사태' 940여명 교민 안전 우려.."격오지 생필품난"

노민호 기자 2022. 1. 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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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피해 아직 없어..외교부·현지 대사관, 사태에 '촉각'
알마티 국제공항서 한국인 승객·승무원 37명 한때 발묶여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가스값 폭등'에 따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2.01.05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카자흐스탄의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교민의 안전을 두고 외교부와 주카자흐스탄 대사관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재까지 우리 교민의 피해는 없지만 일부 격오지에서 생필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피해 상황은 없지만 비상사태 선포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교민들이 있다"며 "특히 서부 지역 아티라우에 거주하는 교민 10여명은 생필품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사관 측은 이들 교민이 거주하는 지역이 대사관이 위치한 누루술탄과 약 2000㎞ 이상 떨어져 있고, 카자흐스탄 당국이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현장에 직접 가려 했지만 (지역 간 이동 제한으로) 물리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에 교민들이 다니는 회사와 접촉을 해서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한 상황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비상 연락망을 확보하고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 수는 940여명 정도다. 그중 640여명이 최대 도시 알마티에 집중돼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롯데 라하트', '현대자동차 알마티 조립공장' 등 한국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경찰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알마티 공항서 한국인 승객·승무원 37명 한때 발묶여

갑작스런 반정부 시위에 알마티 국제공항에서는 지난 5일 우리나라를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26분 현지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승객과 승무원들 77명이 한때 발이 묶이기도 했다.

77명 중 한국인은 승무원 전부를 포함해 37명이다. 승객·승무원들은 기내 및 공항 내 소방시설에 대기하다가 6일 낮 12시~1시쯤 주알마티 총영사관의 협조로 호텔로 이동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기 때문에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통금"이라며 "통금이 해제되자마자 공항으로 이동해 공항 현장에서 버스를 임차할 수 있었고 일부 가족들이 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우리 교민을 일단 호텔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알마티 공항은 출입국 관계자들도 없고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며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업을 해서 정상화가 되면 입국수속을 밟겠다는 약속을 하고 일단 우리 국민들을 인근 호텔로 이동시켜 드렸다. 공항에 대기하며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기 때문에 편의 차원에서 일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경찰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충돌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카자흐 반정부 시위대 '테러집단' 규정…치안불안 고조

카자흐스탄 내 이번 반정부 시위는 에너지 가격 인상이 주원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새해 들어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가격상한제를 폐지 조치를 취한 후 LPG 가격이 하루아침에 2배 가까이인 리터당 120텡게(330원)로 상승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2일부터 현지 시민들은 거리에서 쏟아져 나왔고 결국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졌다. 카심-조마르트 토가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연로가격 인하 약속과 내각 사퇴 수리 등의 민심 수습 조치를 뒤늦게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으며 토가예프 대통령은 5일 전국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는 현지시간으로 19일까지 이어진다. 또한 그는 시위대를 '국제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테러 위협 극복을 위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울러 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치안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수천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와 시장 집무실에 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수천 명의 시위대를 향해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하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부터 빼앗은 곤봉과 방패로 무장하는 등 한 때 혼란이 야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카자흐스탄이 오랫동안 이 정도 규모의 시위가 없었던 국가라서 계속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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