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치료 현실화.. 'K-BDS'로 바이오 연구·경쟁력 향상
<4> 정밀의료 앞당길 '바이오 데이터'
지난 2016∼2017년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일명 '볼거리'로 불리는 '유행성 이하선염' 감염이 급증한 적이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의 보건당국과 지역 대학은 감염 환자의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와 전 세계에 공개된 유행성 이차선염의 데이터베이스 내 게놈 서열을 통해 발생원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질병의 심각도와 백신, 진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적절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통해 급성 유행성 전염병 유행을 확인하고, 백신 개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2020년 초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전체 분석기업기업인 헤릭스는 10만명의 환자를 모집해 이들의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위한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환자의 초기 건강 예방에 활용할 수 있었고, 나아가 유방암과 난소암, 유전성 질환 등 예측에도 쓰여 향후 정밀의료 진단기술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바이오 데이터가 정밀의료 진단의 앞당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활용한 질병 진단·치료 '현실화'=두 사례처럼 유전체와 같은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해 잘 활용하면 질병 사전 진단과 치료에 상당한 도움을 받는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유전체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간 융합으로 보다 정밀한 질병 원인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국제 코호트 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는 신약 개발 시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2배 이상 임상시험 성공률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GSK는 2018년 7월 신약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유전자 분석기업인 23andme의 500만명 데이터를 4년 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33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리제네론 역시 유전체 기업과 협력해 150만명의 전장 유전체 분석(WES)을 통해 새로운 약물 타깃을 발굴하는 등 신약개발에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미국 정부는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 치료를 실현하기 위한 '암 정복 프로젝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일본도 국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후발 주자인 중국 역시 대형 프로젝트와 국가 중심의 빅데이터 수집 활용 계획을 통해 바이오 데이터 확보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한국, 'K-BDS' 통해 바이오 연구·산업 경쟁력 'Up'=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가 국내 바이오 연구 데이터를 통합 수집·제공하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 플랫폼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앞으로 연구자는 과제 신청 시 국가 R&D를 통해 창출된 바이오 연구 데이터를 K-BDS에 등록하도록 하는 '데이터관리계획(DMP)'을 제출해야 한다. 또 K-BDS에 연구자가 데이터를 등록하면 데이터 등록번호가 명기된 데이터 등록증을 발급받게 된다. 데이터 등록증은 이후 과제 평가 때 제출해 지정된 데이터 저장소에서 등록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KOBIC은 K-BDS 데이터 공유 및 활용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를 등록한 연구자에게 개인저장공간(마이랩 데이터)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지원, 해외 주요 저널과 연계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K-BDS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 바이오 연구 데이터를 제공받아 연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생산 비용 및 분석 비용 절감으로 연구비를 아껴 보다 안정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연구자들은 논문을 쓰기 위해 해외 DB에 일일이 데이터를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K-BDS에 등록하면 언제든 논문 투고가 가능해진다.
해외 등록 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등록 절차가 복잡했는데, K-BDS에서는 데이터 등록 시간 절감과 실시간 피드백 등 연구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분석 환경 제공과 바이오 연구 데이터 맞춤형 교육 및 연구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 R&D 혁신에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김선영 KOBIC 센터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은 40년 전부터 바이오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바이오 데이터 확보에 나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활용했다"며 "K-BDS 구축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돼 바이오 연구와 산업 경쟁력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설강화` 배우 김미수 사망…"추측성 보도 자제해달라"
- 코로나로 생사 기로 영국 여성, 비아그라 투여했더니 `기적 회생`
- 딸 자해 오인해 방문 부순 엄마…헌재 "처벌 못한다"
- 도올 김용옥, 이재명 극찬 “하늘이 내린 사람…‘기본소득’에 선각자라 생각”
- 수원∼일산 택시비 7만원 `먹튀` 10대 여성 2명 결국 잡혔다
- 브레이크 없는 가계대출 5.3조 더 늘었다… 3년만에 최대폭
- [르포] 더 큰 꿈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자엔진 개발 박차`
- 간이과세 매출기준 1억4백만원… 12월, GTX-A 운정~서울역 개통
- [단독] `비상경영` 롯데케미칼, 출장 20% 줄인다
- 車보험 비교따로 가입따로… 펫보험도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