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선택해서는 안 될 정치지도자

2022. 1.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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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차관

대통령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한국에 절실한 정치지도자의 조건을 생각해본다.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며 국가를 발전시킬 정치지도자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할까. 정책공약은 열린 마음과 개방적 자세를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지만 정치지도자 개인의 자질과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지도자의 자질과 성향은 정치의 성패를 사실상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자질과 성향의 정치지도자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우리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될 정치지도자의 조건을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래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2018년 출간해서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며 독재자가 될 소지가 있는 지도자를 식별하는 4가지 기준을 정립했다.

1)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는가, 2)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는가, 3)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가, 4)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기본권을 억압하려는가라는 4가지 기준은 잠재적 독재자를 식별해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 규범과 선거 불복, 상대 정당과 경쟁자를 적으로 모는 언행, 폭력에 대한 조장과 묵인, 언론과 상대정당 협박 및 푸틴 등 독재자에 대한 칭찬 등 4가지 리트머스 테스트에서 모두 양성반응을 받았고 임기 내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국민은 정치지도자로서 결격 사유가 많은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고 그는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래비츠키와 지블랫은 이 간단한 시험으로 트럼프를 비롯한 많은 정치지도자의 성향을 판별해본 결과 매우 실효성있는 기준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러한 4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정치지도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주의깊게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표현을 인용해 국가 지도자의 조건을 자세히 조망해보자.

첫째,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준수의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지도자가 헌법을 부정하거나 오래 확립된 민주 규범을 파괴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례가 있다. 국민을 내 편과 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인, 필요하다면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정치지도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 정당과 협의하고 권한 행사를 자제해왔던 정치규범과 관행을 무시하고 법적인 권한이라고 자기 편만으로 입법과 인사를 독식하는 정당과 정치지도자도 문제가 된다.

둘째, 상대 정당과 경쟁자를 적으로 규정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가. 정치경쟁자, 상대 정당이 안보나 국민의 삶에 위해를 끼치는 질서 파괴자라고 비난하고 이들을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려 하지 않는가를 살펴야 한다.

셋째,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하지 않는가.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 집단행동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폭력과 관련있는 조직과 연관성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나 소속 정당을 통해 정적에 대한 폭력행사를 지원하거나 부추긴 적이 있는가. 폭력에 대한 비난이나 처벌을 부인함으로써 지지자들의 폭력행위를 암묵적으로 동조하지 않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넷째, 언론제약과 집회금지 등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 있는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을 추진하거나 명예훼손과 비방, 집회금지, 정부 비판을 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지지한 적이 있는가. 상대 정당이나 언론을 법적으로 제재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가. 다른 나라 독재자나 그 정부가 행한 억압행위를 칭찬하는 말을 한 적이 있는 정치지도자를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정치지도자에 대한 리트머스 테스트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에게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자가 될 소지가 큰 위험한 인물이다.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지도자를 식별해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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