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속풀이] 이재명도 안철수도..여의도 덮는 '탈모'

이철 기자 2022. 1. 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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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2030대에 열풍..'심는다 이재명' 패러디도
안철수, 李 비판하며 복제약 가격 인하 제시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때아닌 '탈모 열풍'이 불고 있다. 각 후보가 각종 주요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며 선거전이 불붙는 시기에 일어난 현상이라 더 이채롭다. 더불어민주당 청년선대위의 작은 건의 사안 중 하나였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가 이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올지 정치권도 미처 예상을 못 한 분위기다.

탈모치료제 공약은 지난 2일 민주당 청년선대위가 제안한 공약에 포함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후보도 "'소확행 공약'으로 연결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공약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이 후보가 탈모약 공약을 언급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탈모가 심화하는 연령대가 중장년층임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이번 공약 검토는 오히려 2030세대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수입이 적은 청년층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상당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탈모가 시작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30 청년 이용자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탈모갤러리'에는 민주당 선대위의 새로운 선거 슬로건인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을 응용해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나의 머리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재치 넘치는 홍보이미지(짤)가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더불어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에서 민주당 청년선대위 주최로 열린 청년 탈모인 초청 간담회에서 김원이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주민 의원. 202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이 후보도 즉시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짧은 동영상을 올리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탈모갤러리에서 '탈밍아웃'을 선언하며 이슈몰이에 힘을 보탰다.

젊은 김남국 의원이 'M자 탈모'를 고백했고 박주민 의원이 "가발 벗은 지 두 달 됐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김윤덕 의원은 영상으로 "저는 이미 심었다"며 시술 부위를 공개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고 토로한 김원이 의원은 박 의원과 함께 민주당 '청년 탈모 비대위'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탈모치료제가 화제가 되자, 다른 진영도 이 후보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대응에 나섰다. 현재도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데,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탈모치료제까지 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표를 찾아다니는 데는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국정을 책임지려는 입장에서는 해결 방법이 건보 적용밖에 없나"라며 "탈모약 제네릭(동일 성분의 복제약) 가격을 낮춰 저렴한 복제약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탈모에 대한 보건산업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의 공약 검토를 '모(毛)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악화된 바람에 올해부터는 3개월 정도 먹어야 효과를 알 수 있는 2군 항암제 상당수가 급여에서 제외된다"며 "죽고 사는 문제보다 탈모가 중요한지 여부는 선거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6일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재원을 부담하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서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며 "재원 규모도 전체 의료보험 지출액에 비하면 타격을 줄 정도로 대규모가 아니어서 지나친 정치적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의 대응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이같은 상황을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충돌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를 떠나면서 좋든 싫든 모든 시선이 야당에 집중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탈모 공약이 이슈가 되면서 그나마 대중의 관심을 일부 돌릴 수 있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청년선대위가 시민의 목소리를 받아서 건의했고, 이 후보가 검토해보라는 정도로 이야기를 한 것이 솔직히 이 정도까지 크게 이슈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탈모약과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 발굴에도 더 신경을 쓰겠다"고 설명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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