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600만원어치 훔친 초등생 부모 뒤늦게 송금..피해업주 "민사 합의 없다, 영업 중단할 것"

강소영 2022. 1. 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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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화면 캡처
 
600만원어치를 절도 당했다는 문구점 주인의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해당 초등학생 2명의 부모가 합의에 나서지 않는 등 미연한 대처를 보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갑자기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 호평동에서 무인문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전날 물건을 훔친 2명의 아이들 부모로부터 각각 200만원씩을 입금받았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처음 한 번 본 이후 약 한 달 동안 찾아온 적도 없고 사과 한마디 없다가 어제(5일) 뜬금없이 돈을 보내왔다”며 “돈은 바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사과도 받은 적 없고 그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농락당했다는 기분만 든다. 합의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당초 지난해 12월 초 절도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소송은 생각지도 않았던 그는 “나도 자식 키우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가해 부모들에게도 합의금은 필요 없고 없어진 물건의 실비만 달라고 했는데 이조차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실비도 처음에 각각 300만원을 요구했는데 가해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만큼 안 훔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금액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합의에 나서지 않아 내가 먼저 연락해야 했고 그 와중에 또 말을 바꿔 금액을 낮추는 모습에 희롱당하는 느낌이었다”며 결국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임을 전했다.

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진 건 지난 4일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성년자 처벌법을 개정해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재한 후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알려지면서부터다.

A씨는 국민청원을 통해 수개월 전부터 초등학교 앞에 무인문구점을 열고 운영하며 근 30회 이상의 절도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후 CCTV를 토대로 절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상착의의 초등학생 여자아이 2명을 특정했고, 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다 비슷한 복장의 아이들을 찾아 탐문해 찾아냈다. 그 자리에서 A씨는 아이의 연락처를 받고 아이를 상대로 ‘자백서와 진술 녹음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후 부모에 연락해 합의를 시도했으나 합의금 규모 문제로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고. 

MBC 뉴스 화면 캡처
 
이에 A씨는 글을 통해 “내가 몇 배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아이들이 자백하고 인정한 금액을 못 준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며 “내가 듣기에는 결국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들이 돈을 깎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고 당시를 전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로부터는 아이들이 만 10세 미만이라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건이 공론화된 후 경찰의 태도도 바뀌었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 조사조차 나서지 않았는데 4일 오후 입장을 바꿔 A씨에게 “피해 조사를 하러 갈 테니 일정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왔다고.

그는 “여성청소년과에서 난데없이 조사한다고 연락이 와 ‘조사할 수 있는데 왜 처음에 하지 않았냐’고 묻자 ‘자기는 그때 담당관이 아니라서 이유를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가해 부모들이 합의에 적극 나서고, 경찰이 도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줬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같은 사건이 있은 후 큰 회의감을 느낀 A씨는 운영하던 문구점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그는 “학교 앞 문구점이라 아이들과 소소하지만 정이 들었는데 이 일이 생기고 나니 아이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의심하게 되고 아이들도 우리 눈치를 본다”며 “이 공간을 좋아해 자주 찾는 아이와 부모들이 꽤 있었는데 가게 문을 닫음으로써 그들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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