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등장' 칼라일, 현대차 혁신전략 도우미 급부상

강두순,강봉진 2022. 1.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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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의미는
평소 이규성 대표와 깊은 교류
공정거래법 이슈 해결 도움에
외국계 펀드로 이례적 매각
칼라일, 동반매도권까지 보유
해외기업 M&A 협력할수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보유 지분 매각을 계기로 현대글로비스가 기업가치 높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굴지의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칼라일그룹의 등장이다. 현대차 오너 일가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비스 3대 주주 자리에 오른 칼라일이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정규장 마감 후 정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각각 3.3%, 6.7% 총 10%를 글로벌 3대 PEF 운용사 칼라일에 매각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이를 놓고 금융투자(IB) 업계와 산업계에서는 정 회장 측의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과거 사례처럼 시장에서 블록딜로 매각했더라면 대주주 지분 하락과 매수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가에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텐데 이번 거래로 이 같은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수년간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칼라일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공정거래법 이슈를 해결하는 동시에 현대글로비스 경영권 안정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며 "단기적 차익 실현 물량을 배제해 주가 하락도 방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를 투자의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칼라일을 주요 주주로 맞이하면서 향후 글로비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를 통해 이사회 자리 1개를 확보하게 돼 회사의 재무적 관리 투명성을 제고하고, 자본 시장과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제반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선 칼라일이 전 세계에 보유한 투자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현대글로비스와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내외 우량 기업 인수·합병(M&A)과 제휴 활동도 적극 지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사례처럼 칼라일과 손잡고 해외 스마트 물류 솔루션 인수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확실한 도우미 혹은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는 수조 원대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기업투자(PE)·부동산·크레디트(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칼라일그룹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정 회장과 이규성 칼라일 최고경영자(CEO) 간의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보고 있다. 단적인 예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인수 과정에서 칼라일 측에 이사선임권 외에도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시에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는 태그얼롱(동반 매도) 권리를 부여한 부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태그얼롱 권리를 그룹 총수가 외국계 펀드에 부여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으로선 전례 없는 일이고, 일반적으로도 드문 일"이라며 "이는 정 회장의 칼라일 최고경영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과 이 CEO 간 신뢰 관계는 3~4년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칼라일이 서울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둘이 함께 대담에 나서기도 했다. 이 CEO는 운용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칼라일의 한국계 CEO다. 그가 2020년 단독 CEO로 임명된 이후 지난해 칼라일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따라서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핵심 3사의 지분율(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모비스 0.32%)이 낮은 정 회장이 상장사 중에서 유일하게 최대주주(20%)인 회사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열쇠를 쥐는 것으로 꼽혔다.

[강두순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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